[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9>부행기덕(富行其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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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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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 부유할 부 行: 행할 행 其: 그 기 德: 덕 덕

가진 자의 덕목을 뜻한다. 도주공(陶朱公) 범려가 베푼 나눔의 미덕을 찬탄(讚歎)한 말이다.

“군자가 부유하면 덕을 실천하기를 즐겨하고, 소인이 부유하면 자신의 능력에 닿는 일을 한다. 못은 깊어야 고기가 살고, 산은 깊어야 짐승이 오가며,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가 따른다.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게 되면 세상에 더욱 드러나게 되고, 세력을 잃으면 빈객들이 갈 곳이 없어져 즐겁게 하지 않는다(君子富, 好行其德, 小人富, 以適其力. 淵深而魚生之, 山深而獸往之, 人富而仁義附焉. 富者得예益彰, 失예則客無所之, 以而不樂·사기 ‘화식열전’).”

범려는 탁월한 투자자답게 시세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돈을 벌었다. 원래 그는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왕 구천을 보필했는데 20여 년간 계획을 세워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일에 기여했고 상장군(上將軍)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너무 커진 자신의 명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여겼다. 더군다나 구천의 사람됨은 어려울 때는 같이할 수 있어도 편안할 때는 함께하기 어려웠다. 결국 범려는 직책을 사직하고 식솔들과 배를 타고 제나라로 갔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의외로 많았다. 그가 택한 방법은 물자를 쌓아 두었다가 시세의 흐름을 보아 내다 파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매점매석이었는데 그는 이런 방법으로 돈을 모아 19년 동안 천금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는 자신이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마침 재상 자리가 주어졌다. 당시 제나라는 전통이 굉장히 강한 나라였고 남방의 월나라를 대단히 무시했는데, 그런 제나라가 월나라 출신인 자신에게 자리를 준 것이다. 범려는 자신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제나라에서 재상 벼슬 제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그는 기꺼이 재상에게 주는 인수(印綬·중국에서 쓰이던 관인·官印의 끈)를 돌려준 것은 물론이고 재물까지 다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고 떠나 버린다. 과연 범려다운 행동이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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