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27>식무구포(食無求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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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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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먹을 식 無: 없을 무 求: 구할 구 飽: 배부를 포

군자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히면 호학(好學)하려는 의지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절제미를 강조한 말이다.

“군자는 먹음에 배부름을 추구하지 않고, 거처함에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는 데 신속하고 말하는 데는 신중하며, 도가 있는 곳에 나아가 스스로를 바로잡는다. (그렇다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논어 학이(學而)

군자는 도덕과 학식을 두루 갖춘 존재다. 이 문장의 의미는 정신적인 데에 힘을 써야 하고 물질적인 것을 도외시하라는 말이다. 공자가 이렇게 말한 것은 배부름을 추구하는 것은 소인의 행태이기에 말이다. 그런 공자이기에 일상에서도 ‘포(飽)’의 의미를 평가절하했으니, “배부르게 먹는 것을 온종일 하고 마음 쓰는 데가 아무것도 없다면 곤란하구나. 육박(장기의 일종)과 바둑이라도 있지 않은가. 그런 것이라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 猶賢乎已)”고 했다.

‘빈이락(貧而樂)’ 즉, 가난하면서도 즐거움으로 삼는 것은 공자가 추구한 삶의 지향이었고 평생 동안 일관했던 삶의 자세였다. 그가 때로는 집편지사(執鞭之士·채찍을 들고 길을 트는 자)가 되어 부(富)를 구할 수도 있다고 푸념하기도 했으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소신 있게 걸어갔다.

공자의 문하생 77명 가운데 부유한 자들보다는 가난한 서민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도 그의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가 속수(束脩·열 가닥의 육포)를 가져온 자들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가르침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역시 스승을 뵐 때의 최소한의 예절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학비 개념이 아니었으며 제자들의 속수를 받아 부를 축적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공자가 그토록 아꼈던 수제자 안회도 역시 배부름 따위를 추구하지 않고 안빈낙도의 삶을 살다간 군자였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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