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17>망가망친망신(忘家忘親忘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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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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忘: 잊을 망 家: 집 가 親: 친할 친 身: 몸 신

공사가 분명한 공직자의 자세를 뜻하는 말로 사마양저(司馬穰(자,저,차))가 장고(莊賈)라는 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다. “장수란 명령을 받은 날부터 집을 잊고, 군대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친척을 잊으며, 북을 치며 급히 나아가 지원할 때는 자신을 잊어야 합니다.”(將受命之日則忘其家, 臨軍約束則忘其親, 援抱鼓之急則忘其身·사기 ‘사마양저열전’)

양저라고도 불리는 사마양저는 춘추시대 제나라 장수로서 안영의 추천을 받아 장군이 된다. 양저는 전완(田完)의 후손이지만 서출이라 늘 비주류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무예에 뛰어났고 글도 잘 썼기에 당시 진(晉)나라와 연(燕)나라로부터 자주 공격을 당한 경공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저는 하루아침에 장수에 오른 자신의 명을 누구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공을 찾아가 이렇게 건의했다. “나는 이렇다할 기반이 없으니 백성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경공이 총애하는 분을 감군(監軍) 자리에 내세우면 곁에서 잘 보필하겠습니다.” 그러자 경공도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라며 장고를 추천한 것이다.

양저는 장고와 다음 날 정오에 군문(軍門)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튿날 양저는 먼저 군영으로 가서 해시계를 세워놓고 기다렸으나 장고는 양저가 이미 군영에 가 있으니 감군인 자신은 서두를 것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자신을 전송하는 친척이나 친구들과 어울렸다.

정오가 됐는데도 장고가 오지 않자 양저는 해시계를 엎어버리고 군령을 전 지역에 선포한 후 장고를 기다렸다.

저녁이 돼서야 장고는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양저가 늦은 이유를 추궁하자 장고는 송별연 때문에 늦었다고 둘러대는 것이었다. 양저는 공직자의 마음자세를 말하고는 군 법무관에게 군법대로 처리하도록 하니 목을 베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장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급히 사람을 시켜 경공에게 사면을 요청했지만 경공의 사자가 들이닥치기 전에 처단돼 목이 군영에 내걸렸다. 병사들은 전율했고, 경공도 그랬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문화#한자로 읽는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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