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기자의 숲 속 요리 이야기]<10·끝>환상의 짝꿍 도토리와 버섯 “피로야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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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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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조갯국(왼쪽), 표고버섯오븐구이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도토리조갯국(왼쪽), 표고버섯오븐구이 조리·사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난 4월 숲 속 임산물을 이용한 요리 시리즈를 시작한 뒤부터 난 ‘숲 속 요리’에 매료됐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즉 생체리듬에 순응한 요리 덕분이다. 봄에는 힘을 불끈 솟아나게 하는 나물과 쑥, 냉이, 두릅 등으로 만든 요리, 여름에는 옥수수와 복분자, 더덕 요리를 선보이고 먹어보면서 가뿐하게 여름을 보냈다. 가을에도 숲에는 먹을거리 보고다. 밤과 잣, 호두, 대추와 온갖 버섯이 풍성하다.

숲 요리는 섭리다. 혀끝을 자극하며 건강을 해치는 인스턴트, 가공식품, 첨가물, 화학조미료와는 다르다. 자연의 재료 그대로가 인간을 이롭게 한다.

곧 겨울이다.

숲 속 먹을거리는 잠시 성장을 멈추지만 내년 봄을 기약한다. 겨울에도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숲 속 요리재료 중 하나가 역시 버섯과 도토리다.

따스한 육수에 도토리묵을 먹기 좋게 썰어 넣으면 싸늘해진 요즘 날씨에 제격이다. 그 식탁에 표고버섯 갓 안쪽에 갖은 양념을 넣고 구워 낸 표고버섯구이가 곁들여진다면 그 궁합은 환상이다.

○ 도토리 조갯국

도토리는 밤 호두 잣과 같은 견과다. 가을이면 어느 산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산속에서 본 도토리를 우리 할인매장이나 재래시장에서 찾기란 어렵다. 비싼 노동력 때문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묵을 만드는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참으로 귀찮으면서 고된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엔 묵 맛에 매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서 그 맛을 느낀다.

도토리의 아콘산 성분은 중금속 해독에 효능 있다. 칼로리가 낮은 다이어트 식품이다. 원기회복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고 당뇨, 암 등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구황식(救荒食)이 아니라 이제는 구명식(救命食)이다.

묵을 듬성듬성 썰어 다시마와 멸치, 양파로 우려낸 국물에 여름이면 차갑게, 겨울이면 뜨끈하게 말아 먹는 묵 밥. 신김치를 올리면 국물은 더욱 구수해진다. 2009년 국내의 한 항공사는 도토리묵을 ‘웰빙기내식’으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육수에 생합이나 바지락 등을 넣으면 도토리조갯국이 된다. 묵밥뿐만 아니라 갖은 양념과 채소에 묻힌 무침도 입맛이 확 당긴다. 가루를 이용해 부침개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도토리피자’라고 말하자. 밀가루 반죽에 섞어 칼국수나 수제비로도 좋다.

몸이 지치고 마음도 지칠 때 도토리는 우리의 구세주다.

○ 표고버섯 오븐구이

가을이면 버섯산행을 가는 사람이 많다. 동호회도 많다.

올해는 비가 많고 기온이 높아 더욱 왕성하다.

버섯의 효능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4500년 전 그리스인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왕자에 오른 뒤 갈증을 느껴 버섯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고 기쁨에 가득 찼다고 한다. 식용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다. 이집트 파라오들은 맛이 너무 좋아 평민들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명(命)을 내렸다고 한다.

진나라 시황제가 한국 일본으로 선약을 찾기 위해 보냈다가 발견한 불로초에도 버섯(영지)이 포함됐다. 우리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표고다. 재래시장에 가면 쉽게 고를 수 있다. 표고 중에는 갓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것을 상품으로 친다. 10개쯤 집어 들면 4000∼5000원이면 족하다.

버섯요리는 수없이 많다. 이번에는 구이다. 기둥을 잘라내고 움푹 패어 있는 갓 안쪽에 갖은 재료를 넣어 구워 낸 요리다. 향에 놀라고 맛에 감탄하며 그 효능을 한 몸으로 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요

■ 도토리 조갯국

재료 도토리묵 1개, 다시마 멸치 양파 조개 간장

1 그릇에 분량의 물과 다시마 멸치 양파를 넣고 20∼30분 동안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도토리묵은 손가락 크기로 잘라 따뜻 한 물에 살짝 담가준다.

3 육수에서 다시마 멸치 양파를 꺼낸 뒤 조개, 청양고추, 파를 넣고 끓이면서 거품을 거둬낸다.

4 그릇에 육수를 담고 데친 도토리를 넣으면 완성.

TIP 신김치를 송송 썰어 들기름과 설탕 약간으로 버무려 함께 넣으면 구수하다. 밥과 말면 도토리묵밥이 된다.

■ 표고버섯 오븐구이

재료 생표고 7∼10장, 간 쇠고기 약간, 다진 파와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추, 설탕, 소금, 간장, 치즈

1 표고는 젖은 행주로 잘 닦고 기둥은 잘 라서 갓 안쪽에 간장과 후추를 뿌려둔다.

2 간 쇠고기는 참기름 파 마늘 간장 등 양념에 버무려 끈기 나도록 치대준다.

3 표고 안쪽에 밀가루를 약간 바른 뒤 쇠고기를 잘 붙여서 찜 솥에 10분 찐다.

4 찐 표고 위에 치즈를 잘라서 얹고 200도 로 예열된 오븐에 15분 구우면 완성.

한식 중식 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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