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43>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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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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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을 쫓아낸다” 삼짇날-단오에 먹던 풍습

요즘은 쑥떡을 먹을 때다. 특히 올해는 양력으로 6월 6일이 단오인데 예전부터 단오에는 쑥떡을 먹었다. 뜬금없이 웬 쑥떡이냐고 하겠지만 유래를 알고 먹어서 나쁠 것도 없다. 액땜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오에 쑥떡을 먹는 풍습은 유서가 깊다. 동국세시기에 단오인 수릿날이면 쑥을 뜯어 멥쌀가루에 넣고 반죽해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나온다. 또 떡집에서는 쑥떡을 시절음식으로 만들어 팔았다고 했다. 중국 송나라 때 무규가 쓴 연북잡록(燕北雜錄)에도 요동 풍속에 단옷날 발해에서는 쑥떡을 만든다고 했는데 요동은 고구려 땅이었으니 단오에 쑥떡을 먹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었다.

그런데 단오 이외에 삼짇날에도 쑥떡을 먹는다. 동국여지승람과 중국 송사(宋史)를 보면 고려에서는 상사일(上巳日)에 쑥떡을 만든다고 했다. 상사일은 첫 번째 뱀의 날로 보통의 경우 삼짇날과 겹친다.

일반적으로 음력 3월 3일인 삼짇날과 5월 5일인 단오는 양(陽)의 숫자가 겹치기 때문에 옛날부터 명절로 여겼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민속적으로 이날 쑥떡을 먹은 이유는 상식과는 정반대다.

삼짇날과 단오는 양기가 충만한 날이어서 길일이라고도 해석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쁜 기운이 발생하는 날이다. 그렇기 때문에 쑥떡을 먹고 액땜을 했다.

먼저 삼짇날 쑥떡을 먹는 것은 이날이 뱀의 날인 상사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옛날 사람들은 겨울잠을 잔 뱀이 상사일에 깨어난다고 믿었다. 뱀은 쑥을 싫어하기 때문에 예전 시골에서는 뱀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당 곳곳에 말린 쑥을 널어놓았다. 상사일에 쑥떡을 먹는 것도 이런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옷날 쑥떡을 먹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 단오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단오가 반드시 좋은 날은 아니다. 6세기 풍속서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5월은 나쁜 기운이 넘치는 악월(惡月)이라 금기가 많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5’자가 겹치는 음력 5월 5일 단옷날은 다섯 가지 독이 뿜어져 나오는 날이라고 풀이했다. 오독(五毒)은 보통 전갈, 뱀, 지네, 거미, 두꺼비의 독을 말한다. 짐작하건대 단오 무렵이면 봄이 완연해지니까 해충에 독이 잔뜩 오르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동국세시기에서는 단옷날이면 창포나 쑥을 다듬어서 작은 인형이나 조롱박 모양으로 만들어 몸에 차고 다님으로써 액운을 물리치는 것이 풍속이라고 적었다. 진나라 때 역사책인 여씨춘추(呂氏春秋)에도 단오절에 창포와 쑥으로 목욕을 해서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했다.

지금도 여름철 시골에서는 쑥으로 불을 피워 모깃불로 삼는 것처럼 쑥은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벌레와 같은 해충을 쫓는 약초로 쓰였다. 그뿐만 아니라 악령이나 귀신을 몰아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신령한 약초로 여겼다.

고문헌에서는 이렇게 쑥이 부정한 기운을 몰아낸다고 강조했지만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에 앞서 쑥으로 활동이 왕성해진 해충을 쫓아내 피해를 예방하려고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단옷날 쑥떡에는 이렇게 나쁜 기운을 쫓는 액땜의 의미와 함께 초여름 벌레에 의한 피해 예방의 뜻도 담겨 있는 것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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