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맞아 읽어볼 만한 책 20선’]<17>부채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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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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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의 습격/더글라스 김 지음·길벗

《“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환경이 되면 한국의 많은 가계들이 자기 집에 대한 실제 지분율이 점점 하락해 결국에는 (집은 있을지 몰라도) 더없이 가난한 신세가 될 것이다. 기생식물이 숙주가 되는 나무를 온통 덮어버리듯, 점점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그들의 지분을 몽땅 잠식해버릴 것이다.” -배동철(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추천》

‘급격히 상승하는 이율 환경 속에서 한국 가계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 이용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아주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외국 금융기관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 지은이가 한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 흐름을 재해석했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Vortex of the Korean Financial Crisis’란 제목으로 출간된 책이 같은 해 10월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책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외관상 호경기’라고 지적하고 세계적 인플레이션이 201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진단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 등 각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었기 때문에 곧 물가 인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로 저자는 가계를 지목한다. 1997년 말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은 부채를 크게 줄이고 현금 보유를 늘려 재정적 안정을 이뤘지만 반대로 가계 경제는 대출이 늘고 저축이 줄었다는 것이다. 책은 정반대의 곡선을 그리는 한국 기업과 가계의 부채 비율 그래프를 제시하며 ‘대출 이자로 먹고사는 은행의 이익은 이제 가계 대출로 충당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IMF 경제위기 때, 기업이 어려워지자 국민들은 힘을 모아 금과 예금을 털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가계가 위험에 빠졌을 때, 저자가 그려보는 시나리오는 어둡기만 하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제시하는 현실에서 개개인이 앞으로도 저금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받아들이지만 결국 금리는 오르게 되고, 그때 가서 은행이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집을 팔지도, 대출금을 갚지도 못하고 분명 내 집인데도 꼬박꼬박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생겨 ‘하우스 푸어(집이 있어도 이자 내는 데 허덕이느라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없고 생활비에 쪼들리는 사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저자는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 흐름도 들여다봤다. 달러 가치의 하락, 유로 위기,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간의 기축통화 경쟁 등을 분석하고 금 보유량을 늘릴 것, 원유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 등을 주문한다.

책은 위험 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같은 부채라도 국가 위기 상황에 관심이 없는 외국 채권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는 전제가 먼저 나온다.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은행 건전성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 확보, 교육 투자로 젊은 인재 양성과 같은 가장 기초적이면서 핵심적인 방안이 책의 말미에 등장한다. 출산장려비용을 확대해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해야 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장려해야 하며 장기투자를 도모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라는 등의 10가지 조언도 덧붙였다.

저자는 “부채에 휘둘리지 않고 부채를 적절히 잘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라며 “이제 부채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정면 대응할 때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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