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전망하며 읽을 책 20선’]<12>노동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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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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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지음/민음사

《“22세기까지 지적 기술이 상업적 영역의 인간 노동을 많이 대체하게 되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은 문화적 영역에 속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결국 노동은 기계가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노동은 단지 효용을 생산하는 데 관한 것이다. 반면, 사람들은 내재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된 사회공동체 의식을 재활성화하기 위해 해방되어야 한다.” - 배동철(아시아 미래인재연구소장)추천》

제레미 리프킨은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와 다르게 부정적 화법으로 미래 현실을 전망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앞세우고 그 다음에 그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들을 언급하는 방식이다. 1995년 발표된 ‘노동의 종말’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쓰인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등 저술의 서두를 장식하는 책이다.

이 책은 산업혁명 이후 경제학의 기본 테제를 무너뜨린다. 기계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물가를 낮추고 새로운 일자리 확산을 낳는다는.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대표적이다. 그는 산업혁명이 끝나고 지식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서비스업 중심의 3차 산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20세기 말 21세기 초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회색으로 얼룩졌다. 자동화와 전산화가 기업의 수익성을 엄청나게 높여놨지만 일자리는 계속 줄었다. 한때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미래성장을 주도하리라는 기대도 깨졌고 저이자의 대출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거품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유연한 노동정책을 도입해 돌파구를 마련한 듯 보였던 영미권의 실업률은 악화일로에 있다.

‘노동의 종말’은 이런 ‘고용 없는 성장’을 일찍부터 예고했다는 점에서 최근 그 가치를 더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경제학 이론이 과연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개별 사업장마다 꼼꼼히 살펴보는 리얼리즘에 있다. 전 세계 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준실업 상황에 놓인 인구가 8억 명이 된다는 통계조사는 2004년 이 책의 개정판에서 10억 명으로 늘어났다.

이 책이 처음 발표될 당시 유럽식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에 맞선 영미식 주주(shareholder) 자본주의의 승리가 구가되던 시절이었음을 상기한다면 그 통찰력이 더욱 놀랍다. 그렇다면 노동으로부터 추방이 새로운 현실이 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의 씨앗이 이 책에서 움트고 있다. 리프킨이 이 책 이후 발표한 ‘수소혁명’이나 ‘공감의 시대’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에서 호모 리시프로칸(호혜적 인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산성에만 기초하고 있어 기계에 의한 인간의 대체가 용이하고 경쟁구도를 중시하는 시장경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인간관계, 친밀감, 동료의식, 연대, 봉사 의식에 입각한 ‘사회적 경제’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그 모델을 시장의 영역도 정부의 영역도 아닌 제3부문(비영리 사회활동)에서 찾을 것을 권한다.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재능 기부’도 그 하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미래 지식혁명을 예고했던 ‘제3의 물결’과 비교해 탈경제적 관점에서 사회경제혁명의 도래를 예고한 ‘제3부문의 물결’이라고도 부를 만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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