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다시한번]작고 사소한 힘이 세상을 바꾼다

  • 입력 2009년 5월 16일 02시 54분


◇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팔란티리2020 지음

2007년 5월 이준웅(서울대 언론정보) 한준(연세대 사회학) 김은미(연세대 언론홍보영상) 이경전 교수(경희대 경영) 등 전공이 제각각인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의 공통된 궁금증을 풀기 위한 만남이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오늘의 현실을 토대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인터넷 업계의 전문가와 대학원생이 가세해 15명의 토론 그룹이 구성됐다. 네이버의 오픈형 연구네트워크인 NORI(Naver Open Research Info-Net)가 기획한 첫 토론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미래를 내다보는 돌’의 이름을 따서 ‘팔란티리 2020’으로 정했다.

첫 모임에서 쏟아진 궁금증들은 경쾌했다. ‘인터넷 덕분에 연애기간이 짧아졌을까’ ‘아바타끼리 결혼도 하던데, 그럼 난 도대체 몇 개인가’ ‘인터넷 많이 쓰면 정보량이 늘고 똑똑해지나’ ‘네트워크 시대, 권력과 권위는 누구에게로 옮겨가고 있나’….

이런 질문들에 대해 15명은 1년 넘게 열정적으로 토론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7명의 학자를 중심으로 나름의 대답과 분석을 곁들이며 원고를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책을 본 유명 전자업체 관계자가 ‘인간적 가치의 변화와 새 기술의 관계’를 주제로 연구를 부탁해 왔고, 광고사 임원 워크숍에서 이 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롭고 동적인 변화의 이야기는 환자 재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특강을 요청한 병원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던지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가상공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 사람들, ‘싸이질’을 하는 이유, 익명성에 대한 고찰 같은 주제를 통해 최대한 일상의 이야기를 썼다고 자부한 저자들로선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려는 욕심에 주제의 일관성을 놓친 건 아닐까, 조금 더 쉽게 썼어야 하는 건 아닐까 자성도 해봤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은 ‘개인’의 힘이다. 그리고 개인들이 구성하는 사소하지만 힘 있는 일상세계, 즉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의 변화에 대한 전망이다. 미래사회의 모습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팔란티리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한번 비교해 보는 건 어떨까.

김경달 NORI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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