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팬텀 씨]Q:행진곡 등 가벼운 연주땐 박자 맞춰 손뼉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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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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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행진곡 등 가벼운 연주땐 박자 맞춰 손뼉치면 안되나?

―얼마 전 교향악단 연주회에 갔습니다. 앙코르로 신나는 행진곡을 연주하기에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는데, 지휘자가 돌아서서 입에 손가락을 대며 제지하더군요. 조금 무안했습니다. TV로 본 빈 신년음악회에서는 앙코르 연주 때 지휘에 맞춰 손뼉을 치는 모습이 있던데, 어떨 때 관객이 ‘박자 맞춘’ 손뼉을 칠 수 있는 건가요?(신인호·29·경기 성남시 정자동)

A:‘라데츠키 행진곡’ 빼곤 원칙상 안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는 앙코르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 관객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여러 나라 오케스트라가 개최하는 신년음악회에서도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할 때는 관객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는 게 관례죠. 그러나 다른 형식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다른 작품이라면 관객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는 게 ‘원칙상’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원칙상’이라고 말한 것은 예외가 있기 때문입니다. 행진곡이나 왈츠 같은 가벼운 소품들을 모아 연주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연주회라면 라데츠키 행진곡이 아니더라도 분위기에 따라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럴 때 지휘자가 제지하는 제스처를 보이면 바로 중단해야 합니다. 관객들의 손뼉이 악단의 합주를 흐트러지게 할 수 있어 제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빈 신년음악회에서도 음량이 작은 목관악기가 연주를 이끌어가는 라데츠키 행진곡 중간부에서는 지휘자들이 관객의 손뼉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그렇지만 지휘자가 손뼉을 제지한다고 해도 너무 무안해하지는 마세요. 지휘자와 악단원들도 자신들의 연주가 흥겨웠기 때문에 손뼉이 나왔던 것으로 생각하고 즐거워할 겁니다.

한 가지 보너스로 알려드리면, 라데츠키 행진곡에서 관객이 치는 손뼉이 1939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가 시작되면서 함께 시작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곡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객석의 손뼉을 일으켰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1848년 대(對)이탈리아 전쟁에서 큰 공훈을 세운 요제프 라데츠키 폰 라데츠 장군을 기려 만든 곡인데, 처음 연주는 관현악에 합창을 곁들였으며 군인들을 앞에 놓고 연주했다고 합니다. 승전보에 들떠 있는 혈기왕성한 남자들이니 신나는 행진곡에 맞춰 자연스럽게 손뼉이 나왔겠죠. 어쨌거나 그 뒤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대개 청중의 ‘손뼉 합주’가 동반되고 있습니다. 물론 손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이끌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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