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가다]<3>바이어컴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2분


“콘텐츠 생산자가 왕이다” 구글 유튜브와 맞짱

구글엔 10억달러 저작권 침해 소송 걸고

자회사 통해 34개국 300여개 사이트 운영

“전문 콘텐츠 있어야 어떤 나라서도 통해”

MTV- 애니메이션 앞세워 게임까지 진출

섬너 레드스톤(85) 바이어컴 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8’의 기조연설에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절대 변하지 않는 제1의 가치로 ‘콘텐츠’를 꼽았다. 그는 CNN 창업자 테드 터너,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과 함께 미디어 분야의 3대 거물로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 법대 출신인 그는 콘텐츠와 관련된 무수한 소송을 제기해 왔다. 1960년대 극장을 운영할 때는 거대 영화사들이 극장에 영화 선택권을 주지 않고 무작위로 영화를 떠넘기는 행태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바이어컴을 인수한 뒤인 1980년대에는 자매사의 방송만 틀어 주는 케이블 채널들과의 소송에서 이겼다.

최근의 핫이슈는 구글에 대한 소송이다. 그는 2007년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에 올려진 바이어컴의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콘텐츠 10만여 건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법원은 2008년 유튜브 이용자들의 불법 콘텐츠 공유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어컴에 유튜브의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라고 구글에 명령했다.

이 소송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지닌 미디어그룹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거대 유통권력의 한판 승부로 주목받아 왔다. 영화, 신문, 방송, 음악 콘텐츠를 소유한 거대 글로벌 미디어 그룹들도 구글과 유튜브에 맞서고 합법적인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 전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 콘텐츠 위주의 글로벌 전략

바이어컴은 미국의 지상파 네트워크인 CBS와 음악채널인 MTV, 아메리칸 흑인 케이블 네트워크 BET, 어린이 애니메이션 채널 니켈로디온, 영화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드림웍스 SKG, 페이머스 뮤직 등 방송 영화 등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바이어컴의 미디어 전략은 케이블이나 통신 기업을 보유한 타임워너, 비방디 그룹과는 달리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전략도 방송국 사업이 아니라 프로그램 및 전문 채널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미디어 산업은 국가별로 규제가 많아 해외에서 사업을 하려면 콘텐츠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게 바이어컴 측의 설명이다.

바이어컴의 글로벌 전략에는 MTV와 니켈로디온이 앞장서고 있다. MTV와 니켈로디온을 배급하는 자회사인 MTV네트워크스는 세계 34개국에서 총 145개의 TV 채널과 300여 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바이어컴은 해외로 진출한 TV 프로그램들의 로컬 인터넷을 통한 홍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바이어컴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국가의 언어를 사용한 웹사이트를 통해 음악 관련 사이트나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로컬 제작사와 분배하는 전략을 통해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있다.

바이어컴은 온라인게임 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니켈로디언에서 1억 달러를 투자해 선보인 가상 애완동물 웹사이트인 ‘네오페츠’는 전 세계에서 3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바이어컴 산하 MTV는 2006년 1억7500만 달러에 인수한 게임개발사 하모닉스를 통해 음악게임 ‘록밴드’를 개발했으며, 국내 게임 개발사인 넥슨과 글로벌 온라인게임 사업 제휴 계약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통해 북미 게임 개발사인 ‘스크린라이프’를 인수하기도 했다.

필립 다우먼 바이어컴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올해 가장 큰 성과는 300개 이상의 디지털 사업체를 통해 우리 콘텐츠의 도달 범위를 확대하고, 이용자들의 트래픽을 돈으로 만드는 디지털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점”이라고 자평했다.

○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웹TV 진출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곧장 접근하길 원합니다. 인터넷은 점차 다양하고 세분된 서비스를 해야 합니다. 시청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쇼나 콘텐츠의 흐름은 광고업자들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것입니다.”(레드스톤 회장)

바이어컴은 콘텐츠를 유통시킬 뉴미디어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특히 구글의 유튜브와 저작권 소송을 벌이면서 자체 콘텐츠를 웹TV 플랫폼을 통해 합법적으로 유통시키는 길을 모색해 왔다. 웹TV 모델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형 서비스로 인터넷에서 TV 프로그램을 받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바이어컴과 CBS는 2007년 2월 인터넷TV인 ‘주스트’에 투자해 자사의 온라인 영상서비스 파트너로 삼았다. 주스트는 인터넷 전화회사인 ‘스카이프’를 개발했던 니클라스 센스트룀과 야누스 프리스가 개발한 개인 간 파일공유(P2P) 방식의 고화질 인터넷TV. 그러나 주스트는 다운로드 방식이 사용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아 초기 정착에 고전을 해야 했다.

이에 바이어컴은 NBC와 뉴스코퍼레이션이 합작해 만든 동영상 포털 ‘훌루’와의 유대도 강화해 나갔다. 주스트보다 사용하기 쉽고 소셜 네트워킹과 연계된 훌루는 출범 직후부터 온라인 동영상 이용순위 상위권(7, 8위)에 진입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바이어컴은 훌루에 ‘더 데일리 쇼’ ‘더 콜버트 리포트’ 등 바이어컴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이어컴은 또 수익을 위해서라면 경쟁관계에 있는 미디어 기업들과도 과감히 제휴 및 동업을 해왔다. 2007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계약을 하고 MSN닷컴, X박스 라이브에 콘텐츠를 제공했다. 바이어컴의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타임워너, 소니픽처스, 유니버설, 컴캐스트, 인텔, MS와 함께 영화를 내려받은 이용자들이 DVD, PC, 휴대전화 등 다양한 기기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에코시스템’을 결성하기도 했다.

조은기(신문방송학과) 성공회대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전통적으로 ‘린 포워드’(Lean Forward·고개를 숙여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은 크기의 동영상) 콘텐츠만 유통됐는데, 초고속 인터넷망의 발달로 ‘린 백’(Lean back·의자에 등을 기대고 볼 수 있는 장편 동영상) 콘텐츠도 볼 수 있게 됐다”며 “콘텐츠 왕국인 바이어컴은 인터넷을 통해 영화, 음악 등 전통적인 콘텐츠까지 소비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웹TV 사업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바이어컴 현황

MTV 음악방송 명성

세계 137개 채널 사업

파라마운트도 산하에

바이어컴은 음악채널 MTV, 파라마운트영화사 등을 거느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그룹이다. 바이어컴은 세계에서 33개 언어로 방송되는 160개 TV 채널과 400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바이어컴은 1980년대 초반부터 라디오방송국들을 인수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 시작한 음악채널 MTV의 성공으로 급성장했다.

2000년 들어 바이어컴은 드라마 ‘CSI’,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 등으로 유명한 지상파 방송인 CBS와의 합병을 통해 TV, 영화, 라디오, 출판, 옥외광고, 온라인 등의 분야를 통합함으로써 복합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2005년 10월 CBS와 분리돼 현재 케이블 네트워크와 영상제작 사업 중심의 콘텐츠 제작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이어컴은 케이블 네트워크와 영화제작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은 음악채널인 MTV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MTV네트워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주 시청 대상으로 하는 ‘BET네트워크’로 구분된다. BET는 미국과 캐나다, 남미를 포함해 8400만 가구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MTV네트워크는 TV와 디지털미디어, 출판, 홈비디오, 라디오, 음악과 관련된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 137개 채널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MTV는 미국에서만 9600만 가구에서 시청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61개국에서 5억6200만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대상 채널인 니켈로디언은 미국 영국 호주 남미 터키 등 149개 지역, 2억3000만 가구에서 시청하고 있다. 바이어컴은 코미디센트럴, 스파이크TV 등 팝문화에 탁월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어컴 산하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1912년 설립된 후 현재까지 영화제작 및 배급분야에서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MTV네트워크 코리아 남석희 대표이사는 “바이어컴은 다양한 채널로 모든 연령대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다”며 “멀티플랫폼에서 콘텐츠의 챔피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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