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 연구]<6>전쟁사 전문 서영교 충남大연구원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고구려 벽화 완전무장한 기병

약한 전투력 감추려는 수비용”

서영교(41·사진) 충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전쟁 마니아다.

어릴 때부터 전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전쟁 다큐멘터리를 모으는 게 취미다. 동영상으로 소장하고 있는 전쟁 다큐멘터리는 모두 2000GB(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서 연구원은 전쟁을 좋아하는 이유를 “전쟁에는 모호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인 과정 결과가 모두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택한 주제는 고대 전쟁사. 2001년 ‘나당전쟁사 연구’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고구려 중장기병(重裝騎兵)에 대한 제문제’ ‘고구려 벽화에 보이는 고구려의 전술과 무기’ ‘나당전쟁과 토번’ ‘신라 장창당(長槍幢)에 대한 신고찰’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고대 전쟁을 연구 주제로 삼겠다고 하니까 지도교수인 이기동 교수께서 ‘고대사 분야에서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 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격려해주셨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던 전쟁사를 파고들다 보니 이전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라의 군대 구서당 아래 조직된 장창당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기록에 따르면 장창당에는 기병이 없었다. 장창당에만 기병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학계에선 기록상의 실수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서 연구원은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장창당은 창을 땅에 고정시켜 기병의 공격을 막는 부대였습니다. 나당전쟁 때 당나라가 기용한 말갈족 기병은 기술이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같은 기병으로 맞대응하는 대신 적의 공격을 맞받아치는 전술로 장창당을 조직한 것입니다.”

고구려 벽화에 그려져 있는 중장기병에 대한 해석도 남다르다. 벽화를 보면 병사뿐 아니라 말까지 갑옷을 두르고 있다.

서 연구원은 “이렇게 무장을 했기 때문에 고구려 병사들의 전투력이 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적보다 약하기 때문에 약점을 감추려고 ‘완전무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구려가 수렵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바뀌면서 말을 탄 채 활을 쏘는 인구가 줄어들어 병사들이 이처럼 방어적인 모습을 띠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의 연구 특징은 ‘경제적’ 관점에서 전쟁을 본다는 것이다. 수나라가 고구려와 전쟁을 치른 이유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

“고구려는 수나라 통치 아래 들어간 북제 사람들을 계속 선동했습니다. 수나라는 당시 세계 최대 비단 생산지인 북제를 안정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런 경제적 이유 때문에 고구려와 한판 싸움을 벌이다가 큰 피해를 보고 자멸한 것입니다.”

학자로서의 중장기적 목표는 전쟁사를 통해 고구려의 진면목을 밝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구려는 중국의 큰 힘에 맞섰습니다. 한국인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고구려는 중국과의 대결을 위해 일본과 외교적 협력을 추구하는 등 그야말로 동아시아를 경영하던 ‘제국’이었습니다. 그런 제국의 면모를 밝히고 싶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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