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재발견 30선]<21>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윌리엄 레이몽 지음/랜덤하우스

《“비만한 사람은 집행 날짜를 모르는 사형수와 같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 사실을 똑바로 보려 하지 않는다. 비만 문제는 정치인들로부터 늘 외면당해 왔다. ‘식습관을 개선하자’고 주장해 생명을 살리는 일은, 선거 때마다 제약회사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정치인들에게는 별 소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콜라와 햄버거의 치명적 유혹

저자는 두 살배기 미국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위스콘신 주 단란한 가정의 막내였던 케빈 코왈시크는 2001년 8월 대장균 O157:H7에 감염된 지 10일 만에 사망했다.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케빈의 대장에서는 수천 개의 구멍이 발견됐다.

O157:H7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희귀한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다. 동물의 장 속에 사는 흔한 균이다. 케빈의 아버지는 여느 주말처럼 다진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푸짐하게 구웠다. 그릴에 수북이 쌓인 햄버거 가운데 완전히 익지 않은 어느 한쪽이 케빈의 접시에 올려졌고, 거기 남은 대장균은 어린 케빈이 저항하기에 너무 많았다.

프랑스인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는 이어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뚱보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을 회상한다.

거대한 슈퍼사이즈 콜라, 바삭하게 구운 기름진 베이컨, 달콤한 캐러멜 시럽이 줄줄 흐르는 애플파이, 촉촉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팔로 둘러 안아 들어야 할 만큼 큰 팝콘….

많은 음식을 빨리 먹는 경기를 스포츠처럼 TV로 중계하는 미국에서 저자의 뱃살은 날씬한 편에 속했다.

이 책은 폭식과 비만에 대한 이런 집단적 안도감을 ‘비만이라 불리는 전염병’의 원인으로 해석한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현대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전염병 가운데 하나로 선포했다. 비만 전염병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2006년 영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7∼18세 중국인 청소년 비만 인구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청소년들은 오늘도 하루 섭취 열량의 13%를 탄산음료에서 얻는다. 전체 10%의 청소년은 하루 7캔, 즉 2.5L에 이르는 탄산음료를 마신다.

콜라 1캔을 마시면 하루 권장 섭취량의 2%인 20mg의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탄산음료를 소비하게 만드는 주범은 과다한 당분 섭취를 부추기는 식품회사의 광고마케팅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1994년부터 미국에서 제조되는 한 유아용 병 제품에는 펩시콜라, 닥터페퍼, 세븐업의 로고가 달려 있다. 탄산음료 회사들은 이렇게 미래 소비자에게 일찌감치 다가간다. 이런 것들이 비만 전염병을 퍼뜨리는 ‘독소’다.

텍사스에서 인기 있다는 달짝지근한 ‘콜라튀김과자’ 1개의 열량은 600Cal. 프랑스식품위생청이 권장하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섭취 열량 2500Cal의 4분의 1에 가깝다. 탁구공만 한 크기의 이 맛있는 튀김과자를 ‘딱 1개만’ 먹고 마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지난해 내놓은 ‘코카콜라 게이트’에서도 현대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시 비만의 비극적인 결과가 식품산업 주체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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