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문인들이 말하는 “글은 이렇게”

  • 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4분


문학-삶에 대한 진정성 오롯이

◇세상 모든 글쓰기의 정석 이태준의 문장강화/이태준 지음·김종년 해제/404쪽·80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뉴미디어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글쓰기 책이 출간되고 있다. 1988년 처음 출간된 후 글쓰기 교재의 전범으로 손꼽혀 온 소설가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최근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 중 하나로 새롭게 출간됐다.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히는 이태준은 종류에 맞는 각종 문장작법을 일러준다. 이상, 박종화의 작품 등 작가가 선정한 좋은 문장의 사례들이 풍부하게 엮여 있다.

세상 모든 글쓰기 시리즈는 ‘속담 활용 글쓰기’ ‘게임 시나리오 쓰기’ ‘영화 리뷰 쓰기’ ‘기획서 제안서 쓰기’ 등 분야별로 세분된 글쓰기 지침들을 펴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문장강화’처럼 작가들이 쓴 글쓰기 책들은 글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뿐 아니라 문학과 삶에 대한 작가의 철학, 겸허함 등을 배우기에도 좋다.

최근 출간된 글쓰기 책 중 국내 문인들이 출간한 것으로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 작가의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가 있다. 이 책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 쓰는 이의 정신 등 원론적인 부분부터 글감 구하기, 글을 꾸미는 법 등 실전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전수해 주는 비법이 108가지로 정리돼 있다. 신화나 전설, 속담, 신문 기사, 광고 문안 등에서 글감을 찾는 방법과 직유, 은유, 문답법 등 문체의 기술로 말의 묘미를 높이는 방법 등도 수록됐다.

단순히 글쓰기의 기술적인 측면을 배운다는 점 외에도 40여 년간 집필 활동을 하며 단련된 작가의 글쓰기 철학은 가벼운 글쓰기가 범람하는 요즘 숙연함마저 느끼게 한다. 고통스러울 때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글을 쓰며 ‘그것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매진하라’거나 ‘육체와 영혼이 황폐해진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조언에서는 글쓰기로 일가를 이룬 노작가의 철학과 연륜이 묻어난다. 글쓰기 기법의 사례와 설명을 돕는 예로 작가의 소설, 수필, 시 등 저작들이 인용됐다.

30여 년간 소설, 시, 우화 등을 써 온 이외수 작가의 ‘글쓰기의 공중부양’(해냄)은 작가가 피나는 노력으로 이뤄내며 실천해 온 자신의 글쓰기 방법론을 수필로 풀어놓았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이 단계별로 따라갈 수 있도록 단어 채집, 문장의 기본 형식, 글쓰기의 필수요건에서부터 문장의 적용, 자료의 활용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노력, 성실성, 진정과 진실이 묻어나는 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등단 20여 년차인 소설가 안정효 씨의 ‘글쓰기 만보’(모멘토) 역시 작가가 터득해 온 문체의 기법과 창작 기술을 정리한 책이다. ‘서술 원리 중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것은 말로 설명하지 말고 보여 주는 것이다’ ‘등장인물은 주변에서 찾아라’ ‘문체의 종류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다’ 등 글쓰기의 원칙과 요령을 작가의 실수담 등을 곁들여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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