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더 좋은 세상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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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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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번 실험예술축제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중 시각예술 분야의 주요 프로젝트 ‘구조적 순수’전은 과거에 고기 도매시장으로 사용됐던 유서 깊은 공간에서 열렸다. 호주와 아시아지역에서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 11곳이 참여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멜버른=고미석 기자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 중 시각예술 분야의 주요 프로젝트 ‘구조적 순수’전은 과거에 고기 도매시장으로 사용됐던 유서 깊은 공간에서 열렸다. 호주와 아시아지역에서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 11곳이 참여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멜버른=고미석 기자
《‘No risk too great(너무 큰 위험이란 없다).’ 호주 멜버른을 대표하는 실험예술축제 ‘넥스트 웨이브 페스티벌’의 2010년 주제다. 지구촌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와 경제위기 등 거대한
도전을 회피한 채 나만의 울타리를 치고 안주하려는 개인주의적 세태에 일침을 가하는 테마다. 이 행사는 호주 멜버른에서 1985년 시작한 이래 격년제로 짝수 해에 열린다.

미술뿐 아니라 연극 무용 마임 등이 융합된 다원예술축제로 새로움의 충격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미술 - 연극 - 무용 - 마임 등
젊은 예술가 300여 명 모여
장르 허무는 융합의 장
환경문제 등 외면하는
개인주의 세태에 일침


올해는 5월 13∼30일 시내 전역에서 장르의 벽을 허무는 차세대 예술가 300여 명이 53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운동장에서 댄스와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는 스포츠클럽 프로젝트 등을 비롯해 교회, 건물 옥상, 창고, 골목길 등 도시 곳곳에서 축제가 펼쳐졌다(www.nextwave.org.au).

이 중 북멜버른 아트하우스에서 열린 ‘구조적 순수’전은 페스티벌의 전위적 성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시각예술 분야의 대표 행사다. 국제비엔날레와 박람회가 경쟁하듯 선보이는 화려한 전시관을 풍자하듯, 호주와 아시아에서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가운영공간 11곳을 초청해 그들만의 공간을 꾸미도록 한 것. 주류에 휩쓸리기를 거부하는 작가들의 설치작품은 신선하고 당당했다.

○ 문화유산과 현대미술의 교감

‘구조적 순수’전이 열리는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아치형 천장 아래 철거 직전인 양 어설프게 보이는 설치작품들이 반겨준다. 멜버른에 뿌리를 둔 ‘웨스트하우스’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아티스트 그룹. 이들은 울긋불긋한 종이깃발 아래 탁자와 의자를 설치하고 관객과 작가들의 만남과 소통을 시도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의 주도인 호바트 팀은 자신들의 척박한 환경을 종이박스 구조물로 상징한 뒤 관객들이 그 안에 놓인 무선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꾸몄다. 애들레이드의 ‘펠스트페이스’는 키치적이며 도발적 비디오와 설치작품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시 공간은 19세기 식육(食肉)을 도매하던 곳으로 현재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 30세 미만 작가들은 이곳에서 상업 갤러리에서 하기 힘든 실험적,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을 공동창작으로 선보였다. 역사의 숨결이 스며든 건물과 실험적 작품의 만남은 묘한 시너지 반응을 일으켰다. 2008년에 이어 예술감독을 맡은 제프 칸 씨는 “넥스트 웨이브는 갤러리와 공연장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대중이 예술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심의 공공장소를 활용해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 호주와 아시아의 교감

호주와 아시아 풀뿌리 예술운동 그룹의 만남은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비서구적 관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멜버른, 브리즈번, 시드니 등에서 참여한 6개 팀, 일본 도쿄, 싱가포르, 중국 광저우,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온 5개 팀은 전시에서 지역적 문화적 정체성과 각 그룹의 지향점을 드러냈다.

싱가포르의 ‘포스트뮤지엄’은 원주민과 환경 단체 등 호주의 22개 비정부기구(NGO)와 접촉해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도쿄의 작가팀(Art centre ongoing)은 빅토리아 주 금광지대를 돌며 수집한 나무와 돌 등을 활용해 고고학적 이미지의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필리핀 작가팀(Turok)은 허구의 스팸메일을 바탕으로 개념적 작품을, 인도네시아의 작가그룹(House of Natural Fibre)은 소리와 습기, 식물의 생장을 연결해 과학과 미술이 만나는 쌍방향 작품을 선보였다.

대형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가치 및 목표에 딴죽을 거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소박하지만 진지했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명쾌했다. 세상을 좀 더 다양하고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감수하지 못할 위험이란 없다!

멜버른=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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