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생각을 쉬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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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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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함께, 박현숙 그림 제공 포털아트
빛과 함께, 박현숙 그림 제공 포털아트
오랫동안 적조했던 60대 중반의 화가 한 분을 만났습니다. 60세 넘은 뒤로 건강이 악화되고 술도 입에 대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지 몇 년 만의 만남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듣던 바와 달리 그는 안색이 해맑고 발그레한 홍조까지 띠고 있어 병색이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녹차를 나누며 건강에 대해 묻자 그는 아주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건강이 너무 좋아서 탈이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해진 비결은 오직 한 가지, 마음을 비우고 매일매일 명상을 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어디에서 배우셨냐고 묻자 그는 껄껄 웃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한테서 배웠지. 처음부터 나한테 모든 게 주어져 있었으니까.”

몇 시간 동안 차를 나누며 화가는 지극히 단순하고 담백한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배우기 위해 온갖 곳을 전전하지만 진정한 명상의 터전은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명상이 무엇인가, 명상은 그저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간단명료하게 정의했습니다. 생각을 쉬게 하는 건 정신의 여백을 만드는 일이고 마음에 빈자리가 생기면 활성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좌석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도 틈나는 대로 눈을 감고 생각을 쉬게 하는 생활명상을 통해 활성에너지를 충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화가의 논리로 생각해보면 우리 몸 자체가 명상센터입니다. 하지만 눈을 뜨고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명상센터는 소음과 잡념과 망상과 욕망으로 가득 차 혼란과 혼돈의 도가니가 됩니다. 그러니 마음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자기 방식으로 마음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겠습니다. 생각을 쉬게 하려면 부질없는 생각을 멈춰야 하니 가만히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흡이 잦아들어 들숨과 날숨이 가까워지고 마음에 환한 여백이 생기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집중의 시간 동안 심신은 정화되고 우리의 호흡은 우주와 연결된 생명의 탯줄로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불교 화엄경(華嚴經)의 중심사상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인생만사가 우리 마음이 지어낸 것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침묵하라. 그러면 내가 곧 하나님임을 알리라(Be silent. You know that I am God)’라고 일깨워 우주와 자신의 본성이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와 답이 내 몸 안에 주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에너지의 발원지도 나요, 나를 치유하게 하는 에너지의 발원지도 결국 나입니다. 그러니 고통을 방치하는 것보다 치유하는 방식을 터득해 넉넉하고 참된 삶을 누려야겠습니다.

정신적인 여유를 상실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는 ‘쉼’으로서의 명상이 필요합니다. 멈추고 비우지 않는 정신은 회복력과 복원력을 상실해 원래의 자기 상태를 망각하게 됩니다. 인생을 지치게 만드는 건 망상이지만 명상은 창조적 영감을 불러 삶의 생기를 되살리게 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편안하게 눈을 감고 앉아 마음을 비워보세요. 생각이 없는 자리, 거기가 본래 우리의 자리입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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