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90년대 키즈 3인의 음악예찬

  • 입력 200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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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비닐 속 설렘’을 알까? 없는 돈 모아서 원하는 CD를 품에 안고 레코드 가게를 나설 때의 그 설렘.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 빈자리에서 포장지를 뜯을 때의 두근거림. 하긴, 이젠 CD 한 장보다 술안주가 더 아쉬운 청춘이 많은데. 가수 이승환, 김현철, 그리고 ‘패닉’의 이적 등 1990년대 키즈는 여전히 CD에 음악을 담고 있다. 구식이라지만 이들의 열정은 오히려 전보다 커진 듯하다. 최근 이들은 새 앨범에서 음악을 예찬하는 노래를 모두 앨범 머리곡으로 담았다. 물론 이들의 노래는 각기 다른 스타일이지만 메시지는 하나, 음악은 영원하다는 것.

# 이승환의 분석

지난해 11월 말 이승환이 발표한 9집 ‘환타스틱’은 수십 번의 녹음을 통해 완성된 웰메이드 음반이다. 그 중에도 그가 애착을 보인 노래는 바로 1번 트랙 ‘이 노래’였다. “여기 나의 이 노래가 푸르른 그대들의 수줍도록 아름다운 추억이었음 해요 /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대 가장 소중한 사람과 나의 이 노래를 같이했음 해요…”라는 가사에서 이승환 특유의 서정성과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그가 믿어온 음악의 힘은 바로 ‘기억’. 아름다운 멜로디나 흥겨운 리듬이 주는 기쁨을 넘어 그 시절,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그는 특유의 관찰력을 통해 노래로 만들었다. 그는 “음악의 본질은 소리의 울림”이라며 “최적의 소리를 앨범에 담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데이비드 캠벨과 음반을 만들고 비싼 돈 들여 가며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노력, 그것이 있었기에 그의 음악을 듣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아름다운 기억’이라는 그의 말처럼.

# 김현철의 접근

김현철은 ‘공간’의 개념으로 음악을 예찬했다. 그 공간은 바로 ‘라디오’. 4년 9개월 만에 발표한 9집 ‘토크 어바웃 러브’에서 그는 숱한 사람이 음악으로 통할 수 있었던 그곳을 ‘원더풀 라디오’라고 했다.

“지금껏 많이 좋아했던 노래들 /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 설레던 얘기와 그립던 시간들 / 그 모든 걸 원더풀 라디오…”

차분한 멜로디에 시적인 가사를 입혀 담담하게 노래하지만 사실 가사 이면에는 음악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이 녹아 있다. 음악이 소통의 도구로, 그리고 공유물이 되는 순간의 환희랄까. 그는 스스로 라디오세대를 자처한다. 8년 동안 라디오 DJ를 하며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음악의 힘이 변치 않을 것”이라는 것.

# 이적의 직설화법

이적의 정적인 새 앨범 ‘나무로 만든 집’ 수록곡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의 첫 곡 ‘노래’는 록과 재즈가 혼합된 분명 ‘시끄러운’ 것이다. 그런데 뭔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문도 없는 벽에 부딪혀 무릎 꿇으려 했을 때 / 손 내밀어 일으킨 건 결국 내 맘속 노래야 / 노래는 독약 같은 세상에 더럽혀졌던 혈관까지 / 짜릿하게 뚫어주었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이 가사에 대해 그는 “음악인 이적으로서 얘기를 하고 싶었고 내가 왜 음악을 했는지, 왜 지금도 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나타내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12년 전 ‘생날것’ 같았던 데뷔 초 모습을 재현하는 듯.

그는 인터뷰 도중 “앨범이 잘 돼야 하는데”라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천하의 이적이 “PC에 음악 파일 몇 개가 있느냐”는 물음이 낯설다는 건 왜일까. 실력 있는 뮤지션이 죽어가는 현 가요계가 두려운 걸까.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음악은 짜릿한 것이기에….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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