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48>百 戰(백전)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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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 戰(백전)

戰-싸울 전 爭-다툴 쟁 穀-곡식 곡

奇-기이할 기 久-오랠 구 霜-서리 상

前回(전회)에서 ‘名將’(명장)을 설명하면서 孫子가 꼽은 최고의 名將은 百戰百勝(백전백승)의 장수가 아니라 不戰勝(부전승)의 장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知彼知己(지피지기·적을 알고 나를 알면)면 百戰百勝’이 아니라 ‘知彼知己면 百戰不殆’(백전불태·백전을 해도 위태롭지 않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아무리 내가 힘이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 전쟁이 나면 나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의 方策(방책)은 싸우지 않고 적을 깨뜨리는 것이고 이런 전쟁을 이끄는 장수가 최고의 名將이라는 것이다. 이런 不戰勝 전략은 그의 孫子兵法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면 ‘百戰’은 무슨 뜻인가? 여기에는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백 번 싸운다’는 뜻과 둘째, ‘백 가지의 전략을 동원한 전쟁’이 그것이다. 다 알다시피 한자에서 ‘百’은 꼭 숫자 ‘100’만을 뜻한다기 보다는 때로 ‘많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百家爭鳴(백가쟁명)이니 百萬長者(백만장자), 五穀百果(오곡백과), 百戰老將(백전로장) 등이 다 그런 뜻이다.

그렇다면 百戰은 ‘수많은 전투’나 ‘수많은 전략이 동원된 전투’를 함께 뜻하는 셈이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百戰百勝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던 孫子이고 보면 여기서 말하는 百戰은 후자의 해석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중국 明나라의 개국공신 중 한 사람이었던 劉基(유기·1311-1357)는 百戰奇略(백전기략)이라는 책에서 역대의 兵法書(병법서)를 참고하여 백가지의 전쟁을 수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火戰(화전), 速戰(속전), 挑戰(도전), 和戰(화전), 交戰(교전) 등도 들어 있다. 이 밖에 山戰(산전)이나 水戰(수전)도 百戰의 하나임은 물론이다. 각기 산이나 강에서 싸우는 것으로 땅에서 싸우는 地戰(지전)보다 더 어렵다. 극도의 체력을 요구하며 그럼에도 많은 희생자를 각오해야 한다.

또 밤에 싸우는 夜戰(야전)이 있고 速戰의 반대가 되는 持久戰(지구전)도 있다. 따라서 山戰이나 水戰을 다 겪은 병사라면 최고의 精銳兵(정예병)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말로 ‘歷戰(역전)의 용사’ 또는 百戰老將(백전로장)인 셈이다.

흔히 하는 말에 ‘山戰水戰 다 겪었다’가 있다. ‘세상의 온갖 風霜(풍상)을 다 겪었다’는 뜻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뜻도 있겠지만 그만큼 ‘强靭(강인)한 사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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