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화사한 자연의 향기…꽃접시로 꾸미는 테이블웨어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1분


《가정집 식탁에 4명의 주부가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수다를 떨고 있다.

이럴 때 대화의 주제는? 열에 아홉은 투자,교육, 테이블웨어(식탁용 식기류)다.

여성들은 손님에게 음식을 접대하는 척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테이블웨어를 은근히 자랑하고 싶어 한다.

컬렉션용으로 테이블웨어를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한때는 로열 코펜하겐, 에르메스,로젠탈처럼 명품 테이블웨어를 갖는 게 여성들의 소망이었다.

최근에는 취향이 다양해지고 일본,유럽의 다양한 제품을 수집해서 파는 곳이 늘어나면서 개성에 맞는 독특한 제품을 소장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명품 브랜드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전통 문양이 아닌 가격대가 낮은 새로운 문양의 라인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특히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테이블웨어를 한 상 차려놓으면 꽃에 나비가 날아와 있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하다. 가격대와 디자인도 다양해져 특정 브랜드를 세트로 구비하기보다는 2∼4개씩 따로 사는 추세다.

○ 꽃이 피어난 듯, 나비가 앉은 듯

접시가 꽃인가, 꽃이 접시인가.

올봄 식탁에 오를 식기를 대하면 장자(莊子)가 된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릇이 아니라 마치 꽃과 나비와 자연의 향연인 듯하다.

테이블웨어는 전통적으로 꽃을 사랑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들이 어딘가 인위적인 냄새가 났다면 최근 선보이는 것은 꽃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최대한 자연을 닮게 디자인했다.

화려함의 대명사였던 에르메스가 올 신상품으로 내놓은 ‘자댕 데 오키데’ 라인이 대표적이다. 에르메스 중 가장 잘 팔리는 ‘시에스타 아일랜드’도 꽃과 나비를 주제로 했다. 하지만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명한 색상과 동양적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댕 데 오키데는 ‘난초정원’이라는 뜻 그대로 식물도감을 보는 듯 자연스러운 난초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접시 하나당 평균 12가지 이상 색상을 쓰던 에르메스가 이번 시리즈에는 적은 경우 3∼4가지로 색상을 줄인 것도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접시 가장자리를 금장, 은장으로 두르는 것으로 유명한 ‘백악관 접시’ 레녹스도 올해는 꽃과 나비를 형상화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나비 모양의 냄비받침대는 걸쇠가 숨어 있어 장식용으로도 훌륭하다. 뚜껑이 있는 제품은 손잡이를 나비나 과일로 형상화해 귀여움을 더했다.


▲ 영상취재·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동그랗기만 한 접시는 가라

접시는 동그래야 하고 커피 잔은 손잡이를 제외하면 완벽한 대칭형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고정관념이 됐다. 직사각, 사각, 마름모, 물결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그릇들이 나와 있다.

나비를 형상화한 제품으로 유명한 팜팜은 접시 속 식물 줄기가 접시 밖으로 빠져나오도록 디자인된 제품과 꽃잎 형상의 부조가 붙은 찻잔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유럽의 도자기류를 모아 파는 신세계백화점 피숀에서는 찻잔과 그릇을 아예 커다란 꽃송이 모양으로 만든 제품을 판다. 디자이너 케이트 칼라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식물을 형상화해 만든 것으로 머스터드시드&문샤인 제품이다.

피숀에서 파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프랑스 국가공인 건축가인 장 밥티스트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도자기 세트다. 흰 접시에 새가 3마리 앉아 있거나 그릇의 표면이 포도 모양으로 형상화돼 있다.

○ 소비자 개성을 만족시켜라

명품 브랜드들이 전통 라인이 아닌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는 이유는 소비자 개성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생활팀 김미순 바이어는 “요즘은 브랜드들이 40∼50개들이 세트제품을 내놓아도 전체 세트를 사는 사람이 드물다”며 “브랜드마다 2∼4개의 제품만 골라 사 여러 브랜드를 구입한 뒤 분위기와 취향에 맞게 섞어서 쓴다”고 전했다.

이런 경향 때문에 메다르 드 노블라의 ‘파지 플로라’ 커피 잔은 몇 년째 인기다. 커다란 시계 꽃을 형상화한 잔에 완전히 느낌이 다른 받침대를 세트로 내놓아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쓰는 느낌이 난다. 프랑스 리모주 지역의 도자기를 수입하는 이브컬렉션에서 살 수 있다.

명품 브랜드의 전통 라인들은 디너 접시가 15만∼30만 원대, 찻잔 하나만 30만 원인 것도 있다. 새로운 라인은 가격이 좀 싸다. 젊은 층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국 황실에서 쓰는 하빌랜드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패션을 모티브로 한 경쾌한 느낌의 ‘마담’, ‘마드모아젤’ 라인을 선보였다. 꽃과 새 등 전통 문양 대신 드레스를 입은 마담과 짧은 스커트를 입은 마드모아젤이 접시에 새겨져 있다.

금장, 은장 제품도 많이 줄었다.

롯데백화점 식기상품기획자 윤현정 과장은 “금장, 은장이 된 제품은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없고 금속그릇과 함께 세척해서도 안 된다”며 “실용성과 경제성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제품들의 인기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릇이 음식을 담는 도구라기보다는 패션이 된 시대. 깨지지 않는 화려함을 잘 간직하려면 접시를 보관할 때는 접시 사이에 냅킨이나 천을 넣어두자.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고 물때가 끼지 않도록 사용 즉시 씻어 말리자. 급격한 온도변화에도 노출시키면 안 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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