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씨 "고구려 벽화 세계유산 지정 낙관적"

  • 입력 2004년 1월 6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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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구려 고분 보존을 위한 유네스코 신탁기금 담당자인 한준희씨. 한씨는 “약수리 고분의 누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북한의 고분 보존팀이 스스로 보존 작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기기자
북한 고구려 고분 보존을 위한 유네스코 신탁기금 담당자인 한준희씨. 한씨는 “약수리 고분의 누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북한의 고분 보존팀이 스스로 보존 작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기기자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는 비교적 잘 보존돼 있습니다. 남포시 약수리 고분의 누수 현상은 복구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어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문화유산국의 동북 및 서남아시아 담당 프로그램 스페셜리스트 한준희씨(39·여)가 최근 내한했다가 6일 출국했다. 한씨는 한국 정부가 2001년부터 5년간 매년 10만달러를 지원하는 ‘북한 고구려 고분 보존을 위한 유네스코 신탁기금’의 담당자. 최근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 실태를 현장 조사하기도 한 그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에 대비해 한국 정부의 지원대책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 한씨가 소속된 유네스코 문화유산국은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센터와는 별개 조직이다.

한씨가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 보존을 위해 2002년 10월 둘러본 고분은 평양의 진파리 고분, 남포의 강서대묘와 중묘, 덕흥리와 약수리 고분, 그리고 황해남도의 안악 고분 3호. 모두 북한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한 고분이다.

한씨는 고분벽화들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로 △벽화 전문가들이 없어 섣불리 손을 대지 않았고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역사인식을 가진 북한 정부가 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을 다해 보존 작업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앞두고는 정부 문화성 산하에 있던 고구려 고분벽화 보존 전담팀을 총리실 산하로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유네스코 신탁기금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약수리 고분의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액 투자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해외의 습도 전문기술자와 벽화 전문가들이 약수리 고분 주변의 강수량, 인근 저수지가 고분 묘실 내 습도에 주는 영향, 고분이 자리 잡은 지반의 상태, 고분 내 습도 등 기초조사를 벌였다.

올해부터는 묘실 내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원공사를 벌이고, 벽과 떨어져 있는 벽화를 벽에 밀어 넣어 접착시킨 뒤 곰팡이를 제거하는 등 본격적인 묘실과 벽화 복원작업에 들어간다. 이 작업에는 한국의 벽화 전문가 1, 2명도 참여한다.

2월에는 3주간 이탈리아 볼로냐대의 벽화 보존전문가 등이 북한을 방문해 건축가 화학자 엔지니어 등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교육은 4년간 계속된다.

“벽화를 둘러보니 5∼7세기에 그려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색깔이나 세부 묘사가 뛰어났어요. 강서대묘 사신도의 선들은 날아갈 듯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안악 고분의 왕 행렬은 세부 묘사가 기막힙니다. 부엌에서 잠자는 강아지는 또 얼마나 귀여운지요. 벽화에 그려진 것처럼 예쁜 빨간색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루브르박물관에서 고대중세 미술사를 공부한 뒤 1996년부터 유네스코 문화유산국에서 일해 온 한씨는 “이탈리아의 경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벽화의 파란색을 어떻게 만들어 썼는지까지 자세히 연구돼 있다”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기초연구자료가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 16기
지역벽화고분
평양동명왕릉, 진파리 고분 1·4호, 호남리 사신총
남포강서대묘, 강서중묘, 덕흥리 고분, 약수리 고분, 수산리 고분, 용강대묘, 쌍영총
평안남도덕화리 고분 1·2호
황해남도안악고분 1·2·3호
자료: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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