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수학의 몽상’

  • 입력 2005년 6월 4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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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몽상 이진경 지음 298쪽·9800원·푸른숲

해도 해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 단연 학생들에게는 첫째가는 공포의 과목이다. 그런데 최근 대학들은 논술과 구술을 막론하고 수리적 탐구능력을 평가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운 수학과 과학의 지식들을 우리의 일상생활에 적용하기를 요구한다.

“지름 10cm인 사과의 껍질을 깎아 평면의 원으로 놓으면 그 원의 지름은 얼마가 될까?”, “2005년도 2월 기준으로 일용근로자의 수를 찾는 방법을 설명하라.”

우리는 맛있는 과일, 거대한 지구, 사회적 현상들을 별개의 경험으로 접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사건과 자연 속에는 보이지 않는 수학적 특징이 숨어 있다. 이들 특징을 포착해 수치적으로 해석하고 수학적 논리 연관성을 설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출문제를 본 학생들은 대부분 한숨부터 내쉰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는 법. 먼저 수학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 책을 통해 수학자들의 발상법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즐기면서 갖고 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수학은 근대 과학의 핵심이다. 과학이 마술적인 연금술의 방법에서 벗어나 세계의 본질과 규칙을 밝히는 도구로 사용한 것이 바로 수학이다. 갈릴레이가 돌멩이를 떨어뜨려 자유낙하 법칙을 알게 된 것도, 케플러가 행성의 타원궤도를 밝혀낸 것도 눈이 멀도록 수학적으로 계산한 덕택이다. 뉴턴 역시 천상과 지상의 운동을 하나의 법칙으로 종합하기 위해 미적분학을 고안해야 했다. 과학은 자연과 운동을 수학화함으로써 현대 학문의 선봉이 될 수 있었다. 수학은 상상의 실험, 즉 ‘사고 실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뒷받침해 주었다.

수학이 과학적 지식을 얻는 핵심 수단이 되자 경제학이나 사회학, 통계학 등에서도 수학적 표현을 써야 과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이제 ‘계산 공간’이 되었다. 수학은 모든 지식을 녹여 버리는 현대 학문의 거대한 용광로이자 가교이다.

그러나 어렵기만 하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 책은 여러 가지 가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고민을 씻어 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나오고 악마와 영혼을 걸고 미분을 고민하는 수학자도 나온다. 영화 매트릭스 속의 인간들이 그 어려운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를 알기 쉽게 풀어주기도 한다.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 온 인간적인 수학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그 까다롭던 수학이 사실은 기발한 상상력이 가득 찬 시이자 문학의 세계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권희정 상명사대 부속고등학교 철학·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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