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정보석 “대사가 엄청 길어 미치는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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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1일 07시 00분


■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의 두 주인공 정보석·조재현을 만나다

대사 평소 2배…공연 마치면 진 빠져
죽은아내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연기
남편역 덕분에 ‘아내의 사랑’ 깨달아
더블주연 경쟁? 그런거 신경안써요

(왼쪽부터) 배우 정보석, 조재현.
(왼쪽부터) 배우 정보석, 조재현.
정말 바쁜 사람들이다. 최근 MBC ‘놀러와-바쁜 아저씨 스페셜’에 나란히 초대돼 자신들이 얼마나 바쁜 사람들인지 소개할 정도다. 정보석(48)은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악랄한 재벌 조필연으로 열연한 데 이어 MBC 드라마 ‘폭풍의 연인’에서 다시 한 번 재벌회장 유대권 역으로 갈아탔다. 수원여자대학 부교수로 후진 양성에도 열심이다. 조재현(45)은 한 술 더 뜬다. 경기도공연영상위원회 위원장,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등 ‘장’만 3개. 여기에 ‘연극열전’ 프로그래머로도 맹활약 중이다. 본업인 연기도 충실해 태국 인기 액션 영화 ‘옹박’의 프라챠 핀카엡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더 킥’ 촬영을 위해 한국과 태국을 오가고 있다. 이렇게 바쁜 두 사람이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서 주인공 안중기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따로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은 두 사람이 스포츠동아 독자를 위해 함께 한 것은 작은 ‘기적’같은 일이었다. 서울 동숭동 한 주점에서 만난 두 사람. 인터뷰에 앞서 막걸리 사발을 들고 기분 좋게 잔을 부딪쳤다.

- ‘민들레 바람되어(이하 민들레)’ 연습이 만만치 않았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정보석(이하 정): “살얼음판이었죠. 초연(2008) 때 관객으로 이 작품을 보고 ‘야, 이거 나랑 잘 맞겠다’ 싶더라고요. (조)재현이랑 술 한 잔 하면서 ‘나도 좀 시켜주라’했어요. 그런데 막상 연습해보니까 이건 뭐 … 진짜 어떤 연극보다 더 힘들어요.”

조재현(이하 조): “진짜 모노 드라마보다 힘들어요. 이 작품 끝나고 ‘에쿠우스’를 했거든요. 2시간이 넘는 데다 대사도 2배쯤 되는데 한 거 같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민들레’는 한 번 하고나면 진이 다 빠집니다.”

정: “미치겠는 게, 이 놈의 대사가 도무지 안 외워지더라고요. 주인공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데, 상대가 죽은 아내여서. 상대가 없는데 있는 거잖아요. 재현이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조: “흐흐흐, 그건 후배가 아니라 (섭외를 위해) 프로듀서로서 한 말이지. 실은 저도 처음에 할 때 ‘내가 내 발을 제대로 밟았구나’ 싶었죠. 형한테 미안합니다.”

- 아무리 선후배 사이라 해도 더블캐스팅인 만큼 서로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요.

정: “배우는 몫이 다 다르고 색깔이 다르죠.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를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 삶과 경험에 좀 더 가까우신 분은 제 공연에 더 많은 느낌을 받으실 거고, 재현이도 그렇고.”

조: “솔직히 그런 마음(경쟁심)이 없다면 배우가 아니죠. 하지만 보석이 형도 배우로서 누릴 거 다 누려본 사람이고, 저도 어떻게 보면 해 봤고. 이제는 경쟁 관계라기 보단 동료의 마음이 더 크죠.”

- 조재현씨는 초연 때부터 출연해 이번엔 정보석씨 공연에 더 관심이 많지 않을까요.

조: “어허, 그런 생각은 마시고.”

정: “흐흐, 그럴 수도 있죠. 그건 제가 받는 혜택이죠.”

- ‘자이언트’의 조필연 이미지가 워낙 강해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 “배우에게 배역은 삶의 일부가 되는 거잖아요. 사실 ‘자이언트’ 끝나고 쉬면서 비워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어야 했는데 그게 안 돼서. ‘민들레’서도 끝부분에 가면 60대의 주인공을 연기해야 하는데, 조필연이 나올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민들레’는 부부에 관한 이야기죠. 부부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정: “제게는 ‘어떨 땐 질식사 하고픈 공기’입니다. 공기가 없으면 죽죠. 하지만 가끔은 차라리 이 공기를 맡느니 질식해 죽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죠.”

조: “전 이겁니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감사한다.”

- 자신이 가장으로서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조: “‘놀러와’ 녹화하기 전에 아내에게 전화해서 ‘내가 당신한테 잘 해 준 게 뭐지’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잘 해 주긴 뭘 잘 해줬어?’하더군요. 그게 제 점수입니다.”

정: “전 80점 이상 나올 것 같은데. 사랑이란 게 상대방의 웃는 얼굴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거잖아요. 문제는 상대를 웃게 만들기 위해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죠.”

- 후배들 중에 ‘괜찮다’ 싶은 배우가 있다면요.

정: “요즘 후배들 다 훌륭하던데요. 진짜로요. 태어나면서부터 방송, 영화를 본 세대잖아요. 한류가 그냥 나오는 힘이 아닙니다.”

조: “저는 원빈. ‘태극기 휘날리며’ 때만 해도 의문이 있었는데, ‘아저씨’에서 확실히 멋있었어요. 연기 잘 하는 배우도 필요하지만 멋있는 배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보석은?

1962년 전남 나주 출생.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 현재 수원여자대학교 부교수로 재직. 무게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에서 무능한 사위 정보석으로 출연해 코믹연기로 사랑받았다.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는 욕망으로 가득 찬 조필연 역으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 주었다.

● 조재현은?

1965년 서울 태생. 충암고등학교를 나와 경성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 학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공연영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연극열전’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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