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 정재영 “사람 좋아 한잔, 술 좋아 한잔…촬영땐 밤마다 소막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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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07시 00분


■ ‘이끼’의 악질 이장, 까칠남이 돼 돌아왔다

‘이끼’ 때도 ‘글러브’때도 변하지 않은 건 술…한잔한잔 쌓은 신뢰 영화에 고스란히

내 공 한번 쳐볼래?“나에게 변신은 도전이 아닌 연기의 과정.” 작품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정재영이 이번에는 영화 ‘글러브’에서 한 때 잘나갔던 프로야구 투수로 돌아왔다.
내 공 한번 쳐볼래?
“나에게 변신은 도전이 아닌 연기의 과정.” 작품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정재영이 이번에는 영화 ‘글러브’에서 한 때 잘나갔던 프로야구 투수로 돌아왔다.
그는 맡은 배역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뀌는 배우다.

그 변화는 일부러 힘을 준 ‘변신’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다. 1년에 많게는 두 편, 적어도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관객과 부지런히 만나는데도 작품마다 다른 매력으로 성큼 다가오는 것은 연기자로서 가진 남다른 힘이다.

변화가 자연스런 배우 정재영(41)이 이번에는 한 때 잘나갔던 프로야구 투수로 돌아왔다. 20일 개봉하는 야구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에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까칠하다”는 말이 딱 맞는 주인공 김상남 역이다. 잦은 음주폭행 사건으로 프로야구에서 제명 위기에 처했는데도 반성은커녕 성격 탓에 주변 사람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남자다.

지난해 스릴러 ‘이끼’에서 온갖 악행을 조장한 동네 이장 역으로 섬뜩한 분위기를 연기하더니 6개월 만에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스크린에 나섰다.

강우석 감독 “한편 더 하자”
이끼 찍는 도중에 출연 제의

알고보니 사고뭉치 야구선수 역할
투구폼 연습하는 데만 3개월
상반신 노출 위해 몸만들기 구슬땀

의외로 친구 적은 스타일
VIP시사회 누굴 초대하나 걱정


● “실제로는, 야구는 하는 것보다 보는 게 좋아요”

정재영은 “닭살이 돋아서 영화 속 내 연기는 눈 뜨고 잘 못 본다”고 했다. 이런 그가 새 영화 ‘글러브’를 본 느낌은 어떨까.

“처음 보고 나서 강 감독님에게 ‘지금까지 중에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편하게 보고, 한두 번쯤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주인공인 정재영 역시 “인생을 뒤돌아보는 여운이 남았고, 용기도 갖게 됐다”고 했다.

‘글러브’는 청각장애인 학교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가 고교야구 대회 1승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야구 실력은 오합지졸. 영화는 김상남이 이 야구부 코치로 부임한 뒤 갈등하고, 소통하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재영은 ‘이끼’에 이어 강우석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지난해 ‘이끼’를 찍는데 강 감독님이 ‘하나 더 하자’는 거예요. 그 때는 ‘글러브’인지 몰랐어요. 영화를 찍는 도중에, 연출자가 다음 작품을 하자는 데 어떻게 거절해요. 교묘하게 그 때를 보고 제의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하하.”

던지기만 하면 삼진을 기록하는 프로야구 스타를 연기하느라 투구 폼부터 제대로 익혔다. 2004년 이나영과 출연한 ‘아는 여자’에서 2군 투수로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다시 훈련을 받았다. 성심학교 야구부로 등장하는 연기자들과 세 달 동안 트레이닝 받은 정재영은 던지는 폼 위주로 연습했다. 한 여름이 배경이어서 영화에서 그는 상반신을 드러낸 근육질 몸매도 자랑한다.

“근육질 축에도 못 끼죠. 하하. 보이는 것만 그래요. 투수는 근육이 있으면 공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팔 굽혀펴기만 했어요. 영화에서 김상남 소속팀이 LG트윈스잖아요. 그동안 특별히 응원하던 프로야구 팀이 없었는데 이제 LG를 응원해요. 보크 같은 야구 규칙도 많이 알았고요.”

정재영은 야구부원을 맡은 10명의 신인 연기자들과 영화 내내 호흡을 맞춘다. 스승과 제자이자, 같은 꿈을 꾸는 선·후배 사이로 이들은 처음엔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야기가 깊어갈 수록 서로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쌓는다.

촬영장에서 정재영이 후배 연기자들과 맺은 관계도 영화와 비슷했다. 그는 “처음 촬영 때는 김상남 성격 그대로 후배들을 대했는데 후반부에 이르러 김상남과 야구부의 상황과 같았다”고 했다.

● “음울했던 ‘이끼’, 밝았던 ‘글러브’…그래도 변하지 않은 건 술”

‘글러브’의 정재영은 전작 ‘이끼’와는 확실히 다르다. 선·악의 구분을 떠나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른 인물의 심리를 능숙하게 표현했고, 이런 정재영의 연기를 즐기는 건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다.

“‘이끼’ 때보다 사람이 많이 나오고 밝고 따뜻해요. 그 땐 굉장히 긴장됐고 집중력이 필요했다면 ‘글러브’는 드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았습니다. 변치않는 건 밤마다 계속되던 술자리? 하하. 청주에서 촬영했는데 밤마다 숙소 앞 포장마차에서 살았어요. 막걸리에 소주 타서 먹으면서요.”

이렇게 동료 연기자와 쌓은 신뢰는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대사인 “목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라”는 외침처럼 영화가 진행될수록 서로를 향한 우정을 다졌다.

“마지막 시합 장면을 촬영 할 때는 제가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야구부가 대견스럽기도 했어요. 제 매니저 역으로 나온 조진웅도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그가 최근에 인정받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힘 들이지 않는데 연기를 어찌나 잘하는지.”

사람 좋아하는 정재영이지만 은근히 고민도 있다. 개봉을 앞두고 동료 배우들을 초청하는 VIP시사회에 정작 초대할 만한 친한 동료들이 없다는 게 “남모를 걱정”이다.

“의외로 친구 없는 스타일이에요. 만났던 사람들만 자주 만나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신하균, 임원희, 박용우, 박해일, 송강호 선배 정도에요. 이 사람들이 술친구에요. 분당에 같이 사는 유준상은 아들만 두 명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친하게 지내죠.”

배우가 아닌 아빠로서의 정재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지난해 말 한 영화 시상식에서 ‘이끼’로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아내의 이름을 거론하며 “고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슬하에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둔 정재영은 “아들만 있어서 살갑지는 않은데 집에서도 저는 투수 김상남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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