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아크로폴리스]<20>기업의 본질과 기업가 정신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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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기업 역할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본질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어떻게 공동체 전체의 이익 증진에 한몫을 담당할 수 있을까. 기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은 무엇일까.

이번 회 ‘젊은 리더를 위한 민주시민강좌’에서는 기업의 본질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정보통신대 이홍규 교수(52·경영학),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대표이사(42), ㈜현대자동차 임성봉 대리(32), 서울 수도여고 2학년 김은비양(17)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이홍규 교수=‘기업’ 하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김은비=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라는 생각요.

▽안철수 대표=이윤은 목적이라기보다는 기업 활동의 결과죠. 기업의 목적은 기업의 존재 가치에 맞는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존재가치를 알려면 그 기업이 없어졌을 때를 가정해 보라고 했어요. 가령 월트디즈니사가 없어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될까요?

▽이 교수=가치 있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히 돈을 벌게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윤리나 정도(正道)를 따르더라도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안=원칙을 따르다 보면 단기적으로 손해 보는 일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인 것 같습니다. 존슨앤드존슨사는 1982년 자사의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타이레놀을 전량 회수해 폐기했어요.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손해를 봤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얻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었죠.

▽임성봉 대리=기업이 영속성을 갖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요?

▽이 교수=기업의 발전은 일종의 진화로 볼 수 있는데,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갖추고 외부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기업은 사라지는 거죠.

▽임=하지만 경영자는 종업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요. 기업이 무너지면 소속 구성원들의 삶도 망가진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기업가는 구성원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어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을 계속 유지하려면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대자동차 임성봉 대리, 서울 수도여고 김은비양, 한국정보통신대 이홍규 교수,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대표(왼쪽부터)가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앞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장기불황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가에게 필요한 모험정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김미옥기자

●기업가 정신과 사회 환원

▽이 교수=기업경영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매우 강해야 합니다. 한국경제에서도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이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죠.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가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을 가진 나라”라고 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죠.

▽김=기업가들이 회사 자금을 유용했다든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업가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갖게 돼요.

▽이 교수=과거와 달리 지금은 경제발전에서 정부가 앞장서기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최근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기업가들이 심리적으로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임=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이 사회에 이를 재분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강제성을 띠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안=기업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고용기회를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가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펼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에 대한 일차적 공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본연의 활동 외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기업가 자신이 자선행사, 기부 등에 직접 나서는 일도 필요하죠.

●기업의 역할과 나아갈 길

▽이 교수=벤처기업의 경우 혁신정신이 핵심인데, 벤처기업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요?

▽안=기술주도형 혁신기업인 벤처회사는 한 분야에서 뛰어나게 잘 하는 전문 대기업을 지향하죠. 벤처가 전문 대기업으로 성장한 경우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을 만들고 시장이 투명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노사문제인 것 같습니다. 경영자와 근로자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요?

▽임=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1조엔(약 10조원)이 넘었어요. 그런데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이익금을 더 좋고 더 싼 차를 만드는데 사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기업 구성원들이 서로의 자긍심을 높이거나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일에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결국 노사문제는 합리적인 역할분담, 이익의 공유 등을 통해 어떻게 신뢰관계를 만들어 나가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어요. 이게 가능하려면 경영자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체 내의 정보와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안=제가 추구하는 기업은 ‘영혼이 있는 기업’입니다. ‘영혼’은 기업의 조직원이 공유하는 가치관을 의미하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 교수=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한 안철수 대표처럼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혁신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젊은이들이 창조적 도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도전에 대한 실패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리=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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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기업가 이해를 돕는 책

▽위대한 기업을 위한 경영전략(짐 콜린스, 윌리엄 레지어 저·위즈덤하우스)=기업의 성공요인을 리더십 스타일, 비전, 경영전략, 혁신, 전술적 수월성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쉽게 풀어 소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 저·김영사)=위대한 기업이 지닌 핵심 요인을 분석.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비교 연구.

▽숨겨진 힘(찰스 오레일리, 지프리 페퍼 저·김영사)=스탠퍼드대의 조직행동론 전공 교수들이 일류기업의 독특한 조직운영 방식을 분석.

▽영혼이 있는 기업(데이비드 벳스톤 저·거름)=수익을 창출하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윤리경영 원칙을 소개.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잭 웰치 저·청림)=세계 최고의 경영자로 평가받아 온 잭 웰치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

▽주켄 사람들(마츠우라 모토오 저·거름)=1965년 주켄공업을 설립한 저자가 극세정밀부품 분야의 작은 회사를 일본 최고로 키워 나가기까지의 독특한 경영 방법을 소개.

▽만화로 보는 오싱(하시다 스가코 저·청조사)=19세기 말 가난한 일본 소작농의 딸이었던 오싱이 고난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슈퍼마켓 체인회사의 사장이 되기까지의 고난 극복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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