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IT가 곧 it 패션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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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2014 SS컬렉션의 포인트

□1 ‘아이폰5S’로 촬영한 2014년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 여성복 컬렉션. 영국 런던에서 지난 달 16일 열린 이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 버버리코리아 제공 □2 □3 정보통신(IT) 기기는 빠르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모스키노’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들이 무대 뒤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노트3’를 들여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1 ‘아이폰5S’로 촬영한 2014년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 여성복 컬렉션. 영국 런던에서 지난 달 16일 열린 이 행사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됐다. 버버리코리아 제공 □2 □3 정보통신(IT) 기기는 빠르게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모스키노’ 패션쇼에 참가한 모델들이 무대 뒤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노트3’를 들여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인터패션플래닝 제공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순으로 열리다 이달 2일 장대한 막을 내린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의 ‘잇(it) 아이템’은 IT(정보기술)였다. 불과 7, 8년 전만 해도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이나 판매는 ‘럭셔리하지 않다’고 여기던 콧대 높은 고급 패션 브랜드조차 이제는 IT를 어떻게 폼나게 활용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 기간에 IT가 ‘it 아이템’이 된 여러 장면 중 가장 돋보인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가 팔찌나 고급 시계처럼 스타일링돼 늘씬한 모델들에게 ‘입혀진’ 모습일 듯하다. 이탈리아 ‘모스키노’ 컬렉션에 등장한 상큼 발랄한 모델들은 여성들이 ‘it 백’을 들여다볼 때나 등장하는 ‘하트 뿅뿅’ 레이저를 이 새로운 기기에 쏘아대며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무색하게 했다.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서 열린 구호의 컬렉션 라인 ‘헥사바이구호’ 쇼에서도 IT와 패션의 조우가 이뤄졌다. 뿌리가 같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궁합’은 역시 휴대전화를 통해 실현됐다. ‘갤럭시노트3’ 전용 클러치백과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를 헥사바이구호 의상과 함께 선보인 것이다. 클러치백 중앙에 탈부착할 수 있어, 카메라의 렌즈가 돋보이게 디자인한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는 동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숙명인 패션 시계가 이제 ‘기술’이란 화두에 정차하게 됐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지난달 16일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버버리 프로섬’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IT를 통한 ‘패션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버버리는 그동안 소수의 VIP 고객을 초청한 가운데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적극적으로 IT 관련 실험을 해 왔다. 올해는 여전히 실제 패션쇼에 VIP들이 초청됐지만(국내 스타로는 배우 전도연이 참석했고 배우 시에나 밀러와 나오미 해리스, 모델 알렉사 청 등 전 세계 패셔니스타가 초청됐음) 런웨이 무대와 이들 VIP가 쇼를 감상하는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버버리가 이번에 손잡은 파트너는 애플이었다. 전 세계 출시를 앞둔 애플의 ‘아이폰5S’는 무대 위와 뒤에서 선보여진 모든 콘텐츠를 담아내는 기기로 활용됐다. 이 이미지들은 곧바로 버버리 홈페이지와 버버리닷컴, 그리고 버버리의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다.

현빈을 모델로 영입한 제일모직의 남성복 로가디스가 올가을 신제품으로 ‘스마트 슈트’를 내세우는 것도 IT가 ‘it 아이템’이 된 최근 패션계 시류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상의 안주머니 하단의 QR코드를 스마트폰과 연계하면 주 1회 위클리 패션스타일과 주변 맛집 등 가볼 만한 곳의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IT와 패션이 얼마만큼의 환상 조합을 빚어낼지,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남녀가 사랑하듯 과하지 않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미래를 빚어나갈 IT와 패션의 결합을 보는 건, 패션의 미래를 훔쳐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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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IT기기를 ‘입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왼쪽부터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액세서리처럼 착용한 모스키노 패션쇼의 모델, 상의 안주머니에 QR코드를 탑재한 제일모직 로가디스의 ‘스마트 슈트’, 머리띠처럼 디자인해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모라미’의 헤드폰. 인터패션플래닝·로가디스 제공, 모라미 홈페이지
이제 IT기기를 ‘입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왼쪽부터 ‘갤럭시 노트3’와 ‘갤럭시 기어’를 액세서리처럼 착용한 모스키노 패션쇼의 모델, 상의 안주머니에 QR코드를 탑재한 제일모직 로가디스의 ‘스마트 슈트’, 머리띠처럼 디자인해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모라미’의 헤드폰. 인터패션플래닝·로가디스 제공, 모라미 홈페이지
얼마 전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에 대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와 함께 연일 호평과 혹평, 즉 극과 극의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자 리뷰 기사에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통화, 메시지, e메일 수신이 가능한 멋진 기기”라고 극찬한 반면에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의 IT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며, 사서도 안 될 제품”이라고 혹독한 리뷰 기사를 썼다.

손목시계 타입인 ‘갤럭시 기어’.
손목시계 타입인 ‘갤럭시 기어’.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기기가 대중에 처음 이름을 알린 무대는 기술전시장이나 가전매장이 아니었다. 2014년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지난달 열린 뉴욕 패션위크였다. 삼성전자는 이 행사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와 모델 등 패션업계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갤럭시 제품을 선보였다. 갤럭시 기어는 이어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모스키노’의 런웨이에도 등장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 기기가 진일보한 점은 운전 중이거나 운동을 하는 등 두 손을 모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동된 ‘갤럭시 노트3’ 스마트폰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능과 디자인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혁신성만큼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운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 이런 혁신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과거 만화영화에서나 상상했을 법한 새로운 기술들을 우리가 경험할 수 있고,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헥사바이구호’가 선보인 ‘갤럭시 노트3’ 전용 클러치백과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가 장착된 핸드백.
최근 ‘헥사바이구호’가 선보인 ‘갤럭시 노트3’ 전용 클러치백과 ‘갤럭시S4’ 줌 전용 케이스가 장착된 핸드백.
기술의 발달은 곧 진보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새롭게 업그레이드돼야 하며 앞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패션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IT 관련 브랜드들의 패션에 대한 구애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IT 기기는 곧 패션 아이템이라고 강조한다.

21세기 초, 프라다를 비롯해 아르마니, 카발리 등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각 브랜드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휴대전화를 선보였다. 또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폰이 공개될 때마다 이에 어울리는 케이스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IT 기기의 아이템이 다양화되고 상용화되면서 기기의 성패가 기능뿐만 아니라 패션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신예 주얼리 디자이너 다나 로렌츠는 자신의 브랜드 ‘팰런’의 2014년 봄여름 컬렉션 런웨이에서 갤럭시 기어를 재해석한 ‘글램 펑크(Glam Punk)’ 스타일의 전용 액세서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웨어러블 테크놀로지’에 대한 새로운 사용법을 제시한 셈이다.

IT 브랜드들이 패션과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까닭은 여성 소비자들을 인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만의 소비 품목으로 여겨졌던 테크놀로지 관련 기기와 장비들은 기술이 곧 일상이 된 여성들의 삶에도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들의 IT 관련 제품 구매력은 남성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다만 선택의 기준에 있어 남성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예컨대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여성들은 디자인 요소를 적잖게 본다. 기술적 기능이 아무리 좋다 한들 예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안전이나 기능을 우선시해야 하는 쇼핑 품목을 고를 때도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이들을 위해 IT 업체들도 패션을 등에 업고 디자인적인 감성을 입히려는 것이다.

여자들은 욕심쟁이다. 편리함과 아름다움,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기술 변화란, 진화하는 기술적 속도만큼이나 지속적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 표현해줄 ‘제2의 패션’이다.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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