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40男, 화장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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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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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스타일링 어떻게 하길래

이탈리아 브랜드 ‘라르디니’는 꽃 모양 부토니에르를 이 브랜드 재킷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이탈리안 로맨티시즘’을 선사하기 위한 모티브로 꽃 패턴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멘즈컬렉션 제공
이탈리아 브랜드 ‘라르디니’는 꽃 모양 부토니에르를 이 브랜드 재킷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이탈리안 로맨티시즘’을 선사하기 위한 모티브로 꽃 패턴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멘즈컬렉션 제공
세월 앞에 장사 없는 건 오빠들도 마찬가지였다. 눈가의 주름, 살짝 처진 피부는 한때 조각미남이던 오빠들의 얼굴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배 나오고 머리 빠진 아저씨로 전락한 첫사랑을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의 충격이랄까.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등장하는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얘기다. 고화질(HD) 화면에서 만난 중년판 ‘F4’ 오빠들은 ‘꽃보다 남자’의 20대 ‘F4’를 볼 때의 상큼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히려 같이 늙어가는 처지, 즉 동병상련의 뭉클함이 애잔하게 전해졌다.

그런데 이 오빠들, ‘간지’만큼은 심상치 않다. 또래 연령대인 30대 후반∼40대뿐 아니라 20대의 워너비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장동건이 정장 재킷에 함께 매치한 장식 핀은 광화문이나 압구정 거리의 20대 청년이 입은 재킷에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이 중년의 F4가 멋있게 보이겠다고 작정하고 펼치는 ‘패션 연기’는 남자의 나이 듦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억울한 역설(여성이 보기엔)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꼭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었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주변의 남자들이 눈에 띄게 예뻐지기 시작한 것은. 의류매장 매니저들과 안면을 트고, 화장대 앞 체류 시간이 서너 배 늘어난 남성들은 이제 성(性) 정체성을 의심케 할 정도의 고난도 스타일링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액세서리라곤 넥타이와 벨트, 화장품이라곤 스킨 정도밖에 모르고 살았던 지구촌 반쪽들이 이제 수컷 공작처럼 화려한 꼬리깃이라도 펼치려는 걸까.

좋든 싫든, 대한민국 남성들의 패션은 점점 디테일하게 진화하고 있다.

상의…부토니에르와 포켓치프

‘앨프리드 던힐’의 커프스 링크.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앨프리드 던힐’의 커프스 링크.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프랑스어로 단춧구멍이란 뜻의 ‘부토니에르’는 재킷이나 턱시도 등 남성의 상의 왼편 작은 구멍에 꽂는 액세서리다. 서구사회에선 주로 결혼식 무도회 등 공식적인 행사에서 사용하는 포멀한 장식물로 통한다. 구멍이 작을 경우 포켓치프를 꽂는 주머니에 부토니에르를 꽂거나 달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남성 정장 브랜드 ‘라르디니’는 1978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울, 펠트 등의 소재로 만든 꽃장식 부토니에르를 이 브랜드 재킷에 달아 판매하고 있다. 부토니에르가 이 브랜드의 상징물인 셈이다. 이 부토니에르를 시즌마다 각기 다른 소재와 컬러로 선보인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남성편집숍 ‘멘즈컬렉션’과 롯데 현대 갤러리아백화점 내 남성편집숍 란스미어 매장,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멘즈컬렉션 등에서 주로 판매된다.
▼조각 얼굴-오빠피부에 올인한 그들 ‘수컷 공작’ 꿈꾼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특히 멋쟁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 남성 사이에 인기가 높고 최근에는 한국인 남성 고객도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신사의 품격’의 주인공으로 올여름 부토니에르 트렌드의 진원지 격인 장동건은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 스트리트’ 가을 화보를 통해서도 부토니에르를 선보였다.

‘아페세’의 회색 팔찌(아래 2개)와 가죽과 메탈이 조화된 ‘디젤’ 팔찌(가운데 2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 메탈 팔찌. 모델은 허태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아페세’의 회색 팔찌(아래 2개)와 가죽과 메탈이 조화된 ‘디젤’ 팔찌(가운데 2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 메탈 팔찌. 모델은 허태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우리나라 남성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부토니에르를 맵시있게 스타일링하는 공식은 따로 있다. 소현수 로가디스 스트리트 디자인실장은 격식을 차리거나 상사 또는 연장자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셔츠와 부토니에르 또는 넥타이와 부토니에르를 같은 톤으로 맞춰 무난한 느낌을 낼 것을 조언했다. 반면 본인이 모임의 호스트이거나 돋보여야 할 자리에는 크기가 크고 셔츠 또는 넥타이와 보색인 색상을 골라도 좋다. 캐주얼한 옷차림에는 크롬 등 메탈 소재 부토니에르를 선택하는 것이 더 젊어 보일 듯.

부토니에르도 진화한다. 캠브리지멤버스는 장식적인 기능만 했던 기존 제품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 안경을 걸 수 있게 디자인된 부토니에르를 선보였다.

재킷 가슴 부위에 있는 주머니에 꽂는 행커치프, 포켓치프는 17, 18세기 유럽 귀족사회 남성들의 필수품목이었다. 재채기가 나올 땐 재빨리 입을 막고 불쾌한 냄새가 날 땐 얼른 코를 막기 위해 사용한 ‘응급’ 아이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넥타이가 양모나 면 소재일 때는 실크 소재 포켓치프를, 실크 타이일 때는 리넨 소재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목 주위에 짧게 두르는 스카프 ‘네커치프’를 제안했다. 여성들이 짧게 매는 ‘프티 스카프’ 형태로 허전한 목 부위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내 편집숍 ‘g.street 494 homme’는 ‘타이 체인’을 ‘핫’한 아이템 중 하나로 꼽았다. 타이 체인은 넥타이핀처럼 타이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액세서리인데 클립 부분과 클립의 양끝을 이어주는 체인으로 구성된다. 클립 부분 고리를 셔츠의 단추 부분에 걸고 체인과 클립 사이로 넥타이를 넣어 고정하면 체인 부분만 위로 나오게 디자인됐다. 또 이 편집숍에 입점한 이탈리아 브랜드 ‘울트랄레 크라바트’의 포켓스퀘어는 재킷의 슈트 주머니에 얌전히 꽂을 수도, 꺼내서 안경 케이스로도 쓸 수 있다. 안경을 넣은 채로 슈트 주머니에 넣어도 돼 실용적이다.

허리…벨트와 서스펜더

현대카드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온라인 쇼핑몰 ‘프리비아’는 최근 남성 전용 셀렉트숍 ‘멘즈컬렉션’을 리뉴얼했다. 이 사이트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인 ‘디테일’ 아이템 중 하나는 넥타이를 허리에 맨 듯한 모양으로 디자인된 ‘니탄’의 ‘타이 벨트’다.

커스텀멜로우의 ‘스트립 서스펜더’는 올 시즌 트렌드인 스트라이프 패턴을 적용해 캐주얼한 느낌을 살렸다. 서스펜더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만 한다는 선입견을 깨 주는 발랄한 아이템. 허리춤에 길게 늘어뜨려 착용하는 바지 체인도 이제 ‘록’깨나 한다는 뮤지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장동건이 드라마 속에서 블랙 슈트 위에 체인을 매치한 모습을 목격한 트렌디한 남성들은 너도나도 허리춤에 체인을 걸고 거리를 나서고 있다. ‘디젤 블랙’은 낡은 듯한 빈티지 스타일로 제작된 허리 체인을 선보였다.

손목과 얼굴…팔찌&뷰티

‘디젤 블랙’의 허리띠 체인,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제안하는 부토니에르, 현대카드 프리비아에서 인기가 높은 ‘니탄’의 타이형 벨트(왼쪽부터 시계방향).
‘디젤 블랙’의 허리띠 체인,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 제안하는 부토니에르, 현대카드 프리비아에서 인기가 높은 ‘니탄’의 타이형 벨트(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제 남자들이 구슬 달린 팔찌를 찬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아페쎄는 회색 스트랩에 색실로 바느질을 한 듯한 모양의 팔찌를 선보였다.

디젤은 가죽과 메탈이 믹스된 스타일의 팔찌를 내놓았다. 두 제품 모두 여러 개 겹쳐 끼면 더욱 멋스러운 느낌을 준다.

뷰티업계도 조각 같은 얼굴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디테일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남성용품 전문 정기구독 서비스 ‘맨킷’은 최근 매달 정기적으로 팬티 양말 스킨로션 등의 남성 관련 기본용품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캘빈클라인 팬티, 아디다스 발목양말 등으로 구성된 ‘웨어 맨킷박스’와 로레알 스킨과 로션 등으로 구성된 ‘어플라이 맨킷박스’로 구성된다.

이니스프리는 수염이 많이 나는 입과 턱 주위, 둥그런 ‘O-존’ 부위를 집중 관리해 주는 ‘포레스트 포맨 오존 젤’을 선보였다. 소셜커머스사이트 티켓몬스터는 구레나룻 부위가 완전히 밀착돼 양 옆이 뜨지 않는 스타일이 젊은 남성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옆머리를 가라앉혀 주는 ‘DK패스트 옆머리 다운펌’ ‘이지모히칸 다운펌’ ‘쿨가이 다운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오츠카제약 남성화장품 ‘우르오스’는 언제 어디서나 피지와 땀을 쉽게 닦아 낼 수 있는 휴대용 ‘우르오스 리프레시 시트’를 선보였다. “무더운 여름, 땀과 피지로 얼룩져 데이트할 때 어려움을 겪었던 남성들이 언제나 산뜻한 ‘오빠 피부’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제품이 내건 ‘공약’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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