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탈모, 싫다 싫어” 애타는 ‘毛情’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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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스벤슨 명동지점에서 레이저, 자외선 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탈모 치료를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스벤슨 명동지점에서 레이저, 자외선 치료를 받고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탈모 치료를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스트레스성 탈모가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이나 공해뿐이 아니다. 직장 학교 가정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도 머리카락은 떠나간다.

2003년을 사는 한국인들은 어떤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을 잃어가고 있을까. 모발 관리 전문업체인 스벤슨코리아 서울 소공동 지점에서 닷새 동안 상담 보조원으로 일하며 탈모 스트레스를 취재해봤다. ‘대머리 고민’은 중장년 남성뿐만 아니라 20대 젊은층과 군인, 주부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었다.

●직업 스트레스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A씨(29)는 밤샘을 밥 먹듯 한다. 잘 생긴 얼굴의 그는 챙이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상담원과의 대화가 시작됐다.

직업별 탈모 상담 고객
직업군 인원(명) 비율(%)
회사원 705 27.6
사업가 538 21.1
전문직 348 13.7
주부 320 12.5
학생 264 10.3
공무원 70 2.7
교사 52 2.0
군인 25 1.0
정치인 5 0.2
기타 227 8.9
총계 2554 100.0%
자료:스벤슨코리아(2003년 5월 현재)

―요즘도 밤샘 작업을 자주 하나.

“그렇다.”

―밤잠이 두피 관리에 가장 중요하다. 성장 호르몬이 나오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야한다.

“예전보다는 가렵지 않다. 그래도 밤에 못 자고 머리 못 감으면 뾰루지가 생긴다.”

유전 요인이 전혀 없는 그는 고 3때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약이란 약은 안 써본 게 없다. 효과를 보는 듯하다가도 약을 끊으면 금세 뾰루지가 다시 돋았다. 자신감이 없어서 소개팅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밤샘을 하지 않더라도 숫자를 다루는 직업이나 시세에 민감한 직업에서는 탈모가 많다.

직업군인 B씨(26)는 국군의 날인 1일 서울 시내에서 펼쳐진 퍼레이드에서 ‘열외’가 돼 모발관리를 받으러 왔다. 최근 대위로 진급했다.

―예전에 비해 어떤가.

“기름기는 조금 줄어든 듯하다. 머리 감을 때 빠지는 게 전보다 덜하다.”

―문제는 새로운 모발이 건강하게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모자는 오래 쓰면 좋지 않다. 땀이 많이 나고 기름도 나온다.

“늘 쓰다가 갑자기 벗기가 허전하다.”

―요즘 군인들이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제대 5개월을 앞둔 청년도 온 적 있다.

“전략기획을 맡고 있는데 상명하복식 문화에서 윗사람과 협조해 일하는 게 힘들다.”

●유전도 관리하기 나름

C씨(23)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맡고 있다. 마감 일정에 맞춰 불규칙하게 근무하다보니 3개월 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대머리이고 할아버지는 약간 탈모가 됐다가 멈췄다.

―유전 요인이 있다고 완전 탈모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탈모가 10, 20대부터 진행되면 완전히 벗겨진다. 30대 이후 시작되면 어느 선에서 멈춘다. (머리 뒤를 가리키며)두피에 뾰루지 흔적이 심하다.

“한때 베개를 베기 힘들었다.”

―환경이 나쁘면 유전 요인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담배는 피우나.

“일주일에 한 갑 정도 피운다.”

―적은 양이라도 담배는 해롭다. 끊어라.

프로골퍼 D씨(31)는 2년 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정수리가 훤하게 드러나게 됐다. 그는 지난해 여름 부산 시합에서 부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50대 들어 탈모가 시작됐다.

―탈모를 막으려 어떤 노력을 했나.

“아는 의사에게 처방받아 약을 3개월간 먹어봤다. 괜찮아지는 듯하더니 얼마 뒤부터는 소용이 없었다. 머리 감을 때 약도 발라봤다. 아로마 피부 상담도 잠깐 받은 적 있다.”

상담사가 “탈모관리에 6개월 동안 5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하자 그는 치료받기를 포기했다. 겨울에 전지훈련을 하러 해외에 나가있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 된 듯했다.

●여성은 대머리가 없다?

올해 62세인 할머니 E씨는 대전에서 서울로 일주일에 두 번 두피관리를 받으러 온다. 그는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남편에게서 “머리 밑이 반짝거린다”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왜 머리가 빠진다고 생각하나.

“척추수술을 받았는데 항생제를 많이 먹었다. 46세 때 폐경이 된 이후에는 피부가 늘어지고 탄력이 없어졌다. 한 번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는데 다른 사람이 해주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거의 먹지 못했다. 96세 된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많다.”

―성격이 예민한 편인 것 같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남보다 높다.

“한때 나는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자랑했다. 이제는 친구 모임에 나가기도 싫다. 생각하면 분하다. 남편도 시어머니도 밉다.”

―그래도 요즘 잔머리가 많이 생겼다.

“서울에 오면 숨통이 트인다. 내 시간이 생겨서 좋다.”

F씨(34·주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귀던 남자와 덜컥 결혼부터 했다. 시어머니와 함께 서울 시내에서 음식점을 열었는데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이 잦았다. 남편과 싸울 때면 늘 머리채를 잡혔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괜찮아지겠지’라고 참다가 98년부터 모발관리를 받기 시작했다.

●수험생 탈모

상담창구에는 의외로 대학생 손님들도 많았다. 주로 ‘고 3 스트레스’로 탈모가 시작됐으며 대학 때 더욱 심각해진 경우다.

G씨(24)는 정보통신을 전공하는 대학 4학년생이다. 탈모는 고 3때부터 진행됐으며 대학에서 술과 담배를 즐기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는 “얼마 전에 대머리라고 놀렸다가 살인사건이 났다고 들었다. 그건 고통 받는 사람만 안다”며 탈모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취업고민도 탈모에 한몫하나.

“그렇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엔지니어를 뽑았는데 22명 정원에 1070명이 왔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오랫동안 탈모가 진행됐는데 최근에 관리를 시작한 이유는….

“면접 때 아무래도 첫인상이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친구들도 탈모로 고민하나.

“입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때부터 빠지기 시작한 친구들이 많다. 어느 날 모자 쓰고 나타나면 그게 신호다. 요즘은 염색이다 뭐다 해서 머리카락을 못살게 굴기도 하지 않는가.”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두피관리 5계명▼

1. 머리를 자주 감는다

2. 머리를 감을 때는 손끝으로 두피를 문지른다.

3. 린스는 모발에만 바른다.

4. 따뜻한 수건으로 목 뒤를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5. 주름살 제거수술 자국이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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