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인테리어]거장의 가구에 함빡 빠졌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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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성만 강조한 공산품은 지루하다.

“의자가 앉을 수만 있으면 됐지”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특별한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것이 틀림없다.

멋과 실용성을 아는 디자이너의 손길이 녹아든 의자에 커피 값만 내고 앉아보는 즐거움 말이다.

100여 년 디자인 역사가 녹아든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듯하다. 》

■ 가을을 유혹하는 디자인카페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소재 ‘사보스페이스&무터말(사진 ①)’은 20세기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가 1940년대에 만든 의자에 앉아 1950년대 제작된 보쉬냉장고에 보관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 공간은 ‘사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임상봉 씨가 199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학 유학 시절부터 10여 년간 벼룩시장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모은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디자이너 빌헬름 바겐펠트의 유리화병, 헤리 베르토리아의 ‘다이아몬드 체어’, 이탈리아 란치에르(Lancier)사가 1960년대에 제작한 ‘보겐람페’, 독일 가정에서 흔히 쓰던 1950년대 찬장도 있다. 보겐람페는 ‘무지개’라는 의미. 무지개처럼 휘어진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임 씨의 컬렉션 원칙은 ‘사용할 수 있는 것만 산다’는 것. 이곳의 물건들은 20세기 초중반에 만들어졌지만 지금도 모두 유용하다.

이 카페의 또 하나의 자랑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 지방 사람들이 즐기던 음식 ‘플람스’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얇고 바삭한 도 위에 사워크림을 바른 후 훈제 베이컨, 양파를 넣은 것이 기본이다. 취향에 따라 각종 치즈와 과일도 얹어먹을 수 있다. 가격은 1만∼1만2000원. 13종의 독일차와 커피, 맥주는 7000∼1만 원, 정통 독일식 브런치가 1만6000원이다. 02-537-1447∼8

서울 홍익대 근처의 aA디자인뮤지엄(사진 ②)은 이보다 더 방대한 디자인 제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디자인 제품, 특히 가구를 중심으로 한 컬렉션이 전시장과 카페에 배치돼 있다. 카페 주인 김명한 씨가 20여 년간 모아온 제품들이다. 7층짜리 건물에 한 층은 카페고 나머지 층은 전시장이다. 카페에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가 만든 요상한 느낌의 테이블부터 1930년대 마쓰다와 필립스가 개발한 네덜란드 조명, 1960년대 이에로 사리넨의 튤립 체어가 있다.

전시관은 층별로 스칸디나비안(Scandinavian), 바우하우스(bauhaus),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모던 빈티지(modern vintage)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한다. 덴마크 디자이너 입코포드 라르센이 만든 우아한 ‘엘리자베스 체어(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와 바우하우스 디자이너 발터 그로피우스의 테이블, 1850년 프랑스 푸줏간에서 쓰던 도마까지 만날 수 있다. 커피는 4500∼5000원, 초코 브라우니는 4500원 선에 즐길 수 있다. 02-3143-7311

서울 종로구 재동 소재 투고 커피(TO GO COFFEE·사진 ③)에서도 단순하지만 범상치 않은 의자와 테이블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건축 디자이너 장 프루베가 디자인한 것으로, 견고하고 단순하면서도 미적 감각이 살아있다. 나무색과 빨간색, 까만색, 녹색 등의 나무판과 철제 골조가 특징. 대림미술관에서도 장 프루베의 디자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장 프루베가 한창 활동했던 1940년대의 중산층이면 누구나 하나쯤 가질 수 있는 제품이었을 정도로 대중적이었지만, 지금은 110만 원에 팔린다.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 이곳에서는 커피를 5000∼8000원에, 샌드위치를 7000∼1만 원에 먹을 수 있다. 계절메뉴로 레몬, 계피, 생강을 벌꿀에 숙성시킨 허니레몬티나 부드럽고 진한 ‘자크 토레즈(Jacques Torres) 핫초코’를 맛볼 수 있다. 02-720-5001

즐겨 보자, 맛에 더해진 디자인을….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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