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판박이 회식' 대신 뮤지컬 한편…

  • 입력 2002년 2월 14일 14시 16분


Q : 교수님의 여가클리닉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그리 작지 않은 기업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귀현이라고 합니다. 팀원이 한 15명 정도 됩니다. 설 연휴도 지나고 해서 팀원들 회식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회식이라고 매번 고깃집이나 횟집에서 식사하고 2차로 노래방, 맥주집으로 이어지는 순서에 모두 식상해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억지로 끌려온다는 불만을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요. 그렇다고 회식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어쩌지요?

A : 사실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회식과 같은 집단식사 방식은 한국 기업문화의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함께 식사하면서 공동체의식을 다지는 집단의식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21세기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방식만을 관리해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사원들간의 의사소통방식, 회사 내 여가활동과 같은 조직문화가 중요한 시대라는 거죠.

각 기업의 문화적 특성은 리더의 문화적 감각에 의해 결정됩니다. CEO의 문화적 감각에 따라 사옥의 건물 모양, 주로 사용되는 색깔까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죠. 재벌그룹뿐만 아니라 단 2명뿐인 팀이라도 리더의 감각에 따라 조직의 문화와 업무방식이 달라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리더가 필요하겠어요.

박 팀장님 말씀대로 고기냄새 밴 옷 입고 좁은 노래방에 모여 앉아 직장상사 앞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할 젊은 직원은 없답니다. 또 팀장님 노래할 때마다 무대로 나가 백댄서하고, 분위기 살린답시고 넥타이 머리에 묶고 막춤으로 오버하는 것이 아름다웠던 시대는 지났어요. 자기 돈 주고 고기 먹기 어려웠을 때의 회식문화는 이제 바뀔 때가 됐다는 거죠.

함께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오페라 같은 클래식음악회는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 지겨울 수 있어요. 그러나 장담하건대 뮤지컬은 팀장님을 싫어하는 사람만 빼고는 모든 이들이 재미있어 할 겁니다. 어렵지 않은 노래와 춤, 드라마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일상과는 다른, 뭔가 폼 나는 느낌까지 줍니다. 사실 문화란 어떻게 폼 잡는가의 문제가 아닐까요?

최근 ‘오페라의 유령’ 때문에 뮤지컬 붐이 일고 있지만 굳이 그렇게 비싼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볼 만한 뮤지컬은 많이 있습니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캬바레’도 무척 재미있어요.

뮤지컬이 끝난 후에 커피숍에서 그날의 베스트드레서를 투표로 뽑아 커피값을 내게 하는 것도 팀장님의 순발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고요. 꼭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가슴 파인 드레스나 턱시도를 안 입었더라도 팀원들이 ‘엘레강스하고 뷰티풀하다’고 인정해 주는 기쁨을 맛본다면 그날은 무척 행복하지 않겠어요?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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