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火와 유머감각

입력 2002-12-19 16:37수정 2009-09-1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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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30대 중반의 김모씨. 그는 늘 화가 나 있다. 도무지 맘에 드는 인간이 없는 탓이다. 요즘엔 부서이동으로 새로 들어온 동료가 그의 표적이다. 무슨 좋은 일이 많다고 늘 웃고 다니는 것부터 꼴불견이다. 업무상 거래처에 전화하는 걸 듣고 있으면 더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거래처에서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하는지, 뭐라뭐라 하더니, 동료가 한다는 말이 이랬다. “아무래도 나 삐질 것 같아. 나 삐지면 되게 웃기는 거 당신도 알잖아.그러니 참아줘.”

이어서 “하하, 허허”하며 수다가 이어지는 게 아닌가. 그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청업체 주제에 납품기일도 못 지켜?’하고 일단 칼을 빼든 다음, 그 서슬에 상대방이 ‘설설 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뭐, “나 삐질 것 같아”라니, 그걸 농담이라고 하냐 싶으니 더 화가 났다.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그렇게 형편없는 동료가 정작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다는 거였다. 그는 정말이지 ‘실실거리며’ 농담이나 하는 사람은 경멸했다. 일을 맡았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웃어가며 곁길로 샐 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이유 때문에 김씨를 상대하고 있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백번 양보해 고지식한 완벽주의 정도로 봐주고 싶어하는 동료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매사에 지나치게 심각해 늘 화를 내고 있는 그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칫 그와 같은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늘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 애써야 한다. 마음을 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감각을 갖는 것이다. 유머감각이라는 게 타고난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건데 성격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순발력도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훈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높이뛰기 선수가 처음부터 허공을 나는 건 아니듯이. 그들도 처음엔 아주 작은 높이에서부터 시작해 피나는 연습과정을 거쳐 마침내 원하는 높이에 다다르는 것이다.

늘 뚱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만 있어선 유머감각이 생겨날 여지가 없다. 유머감각이란 게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실수에 대해 웃을 수 있는 능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 대해, 나가서 세상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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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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