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고형렬 시인 새 시집 ‘밤 미시령’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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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시인
고형렬 시인
고형렬(52) 시인이 새 시집 ‘밤 미시령’(창비)을 펴냈다. 강원 속초가 고향인 그는 ‘대청봉 수박밭’ ‘사진리 대설’ 등의 시집에서 고향과 자연을 화두로 삼은 시편들을 선보였다.

‘밤 미시령’은 시인이 그간 노래해 온 자연에 대한 묘사와 성찰이 무르익었음을 느끼게 한다.

고니와 다람쥐, 겨울 논 같은 자연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한편, 세월이 지남에 따라 얻게 된 삶의 교훈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밟지 않는다 피해간다/ 고니들이 결국은 날아가고 말 듯/ 고니들이 온 곳은 하늘/ 잠시 지상에 내렸을 뿐이다’(‘고니 발에는’에서)처럼 새의 날갯짓에서 인생 무상을 발견하기도 하고, ‘눈구덩이 설악으로 끌려가는 해를 무연히 바라보다…내 나이보다 아래가 되신 선친이 불현듯 생각나’(‘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에서)처럼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젊었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시 쓰기에 대한 열정이다.

등단 27년째, 열 번째 시집이지만 시인은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밤 미시령’에서) 여전히 깊이 고민하고, ‘부끄러운 표정의 질주를 비웃는다…달려라 조금만 더, 뛰어라 호랑아’(‘달려라 호랑아’에서)라면서 중단 없이 시를 쓰겠다는 의욕을 내보인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자성과 분발의 의지를 전해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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