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값만 싸면 OK?… 중국산의 부메랑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차이나 프라이스/알렉산드라 하니 지음·이경식 옮김/408쪽·2만 원·황소자리

《2007년 초 미국에서 이유 없이 애완동물이 죽어 나갔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조사 결과 멜라민이 첨가된 중국산 밀단백으로 만든 사료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해 여름 파나마에선 100명 넘는 사람이 갑자기 사망했다. 사건을 추적한 뉴욕타임스는 중국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을 글리세린으로 속여 팔았고, 이 글리세린이 파나마로 건너와 액상 감기약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가 책에서 밝힌 충격적인 사례들이다. 저자는 ‘중국 가격(china price)’을 이런 사건들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가격은 중국 제품의 싼 가격을 가리키는 말. 중국산 원재료가 싼 것은 이면에서 불법과 술수 등 비정상적인 생산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싼 가격만을 선호하다 보니 최근의 멜라민 파동 같은 혼란을 전 세계가 겪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15년 이상 동아시아 경제통으로 활약한 저자는 2003년 파이낸셜타임스의 중국 남부지역 담당 특파원으로 홍콩에 파견된 이후 중국산 제품의 공급 체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광저우, 선전 등 해안 공업도시로부터 내륙의 시골 지역까지 중국 곳곳을 누비며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생산 현장을 파헤쳤다. 노동 착취가 행해지는 공장, 취약한 노동자 기숙사, 직업병 환자들이 있는 병원, 환경오염으로 쑥대밭이 된 마을….

저자는 중국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현장 한 곳을 소개한다. 월마트에 납품하는 중국 선전의 한 공장이다. 2006년 어느 날 월마트의 한 임원이 작업 환경과 노동 조건을 살펴본 뒤 “상당히 좋다”는 칭찬을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그 임원이 본 공장은 공장주가 규정을 지킨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만든 공장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 취재에 따르면 해당 공장주는 근처에 제2의 공장을 갖고 있다. 제2의 공장은 환경, 임금, 시간 등 모든 면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 작업의 상당수는 제2의 공장에서 이뤄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공장은 ‘중국 가격’을 맞출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지에서 제1공장은 별 다섯 개짜리 호텔만큼 시설이 좋다는 뜻에서 ‘오성(五星) 공장’ 또는 ‘모델 공장’ ‘전시 공장’으로, 제2공장은 ‘검은 공장’ ‘그림자 공장’으로 불린다.

이런 작업 현장의 참모습을 모른 채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바이어들은 중국 가격에 이끌려 매년 두 번 열리는 광저우의 박람회에 모여든다. 박람회에선 수천 개의 중국 회사들이 수많은 제품을 진열해 놓고 바이어들을 기다린다. 스웨터, 목욕용품, 전동 그릴, 식기, 싱크대, 수도꼭지, 전구 등 없는 게 없다. 저자는 “이 박람회는 자본주의의 축제 현장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가격의 배경을 추적하는 저자에게는 싼 가격을 위해 치르는 대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작업 환경 기준을 지키지 않은 생산 현장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 광산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광원이 진폐증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과부 마을’이 돼버린 마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경제 법칙을 무시하면서 운영돼 왔던 중국 공장들은 곧 중국 가격의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임금과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노동자들의 불만 제기도 잦아지고 있으며, 안전에 시비를 거는 외부의 시선도 따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국도 국제적 기준에 맞추면서 그에 맞는 경제성을 찾아야 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일은 모두 중국 정부가 제대로 마음먹고 달려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정치적인 논쟁을 단속하는 것처럼 공장을 단속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면 제조업 기반의 기준이 몰라보게 개선될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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