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김동식-'날씨장사'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1분


◇"날씨속에 돈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날씨 정보를 처음으로 돈 받고 판 사람. 대동강 물을 팔아치운 봉이 김선달과 같은 수완을 보인 ‘K 웨더’ 김동식 사장(31·사진)이 최근 ‘날씨 장사’(지식공작소·1만2000원)라는 책을 펴냈다.

“97년 회사를 설립해 많은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날씨 세일즈를 할 때만 해도 ‘돈 주지 않아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날씨 정보가 널려 있는데 왜 돈 주고 사야 하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사기꾼 취급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4000여개 업체들이 날씨 정보를 돈 주고 ‘구입’한다. 물론 날씨 정보를 그냥 제공하는 게 아니다. 기상청에서 사온 원재료를 각 업체의 요구와 여건에 맞게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인 뒤 파는 것이다.

“날씨는 이제 운수소관이 아닙니다.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날씨와 비즈니스와 관련된 재미있는 사례들이 자세히 열거돼 있다.

예를 들어 날씨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편의점. 내일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것으로 예보될 경우 원두커피 장갑 등 추운 날씨에 수요가 갑자기 많아지는 제품들을 본사로부터 평소보다 많이 공급받는다. 한 업체는 날씨 정보를 이용한 뒤 평균 재고 회전일(진열된 상품이 모두 판매돼 교체되는 기간)을 14일에서 10일로 줄일 수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도 날씨가 활용된다. 2, 3일 뒤 미리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콘크리트 타설(콘크리트를 모래 자갈과 함께 개어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밤샘 작업으로 끝내놓는 것. 각 공사장별로 3시간마다 기상 예보를 제공받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은 이런 방식으로 연간 6억5000만원을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날씨를 무시했다가 손해본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미국 업체는 가을 의류 판매행사를 준비하면서 전년도와 같이 광고를 했다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 때문에 일년 매출의 반이 걸린 행사를 망치고 말았다.

한양대 출신으로 처음으로 미국 MIT공대에 들어간 김 사장은 박사 과정 도중 날씨 정보와 관련된 사업을 우연히 접하고는 진로를 바꿨다.

“MIT에 가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대학에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교수보다는 무궁무진한 장래성을 갖고 있고 남들이 손대지 않은 날씨 사업에 매력이 끌렸어요.”

김 사장이 보는 날씨 사업의 전망은 ‘쾌청’. 미국에선 이미 날씨 정보 서비스회사가 450개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고, 날씨 관련 파생금융상품의 시장규모도 2000년 8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도 야외 행사 때 날씨 보험을 드는 것이 기본일 정도로 날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날씨에 의존하기만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가 적극 활용하면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입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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