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고희 맞아 극작가로 데뷔한 신봉승의 '공민왕 비사'

  • 입력 2001년 3월 13일 19시 02분


“1961, 62년 명동에 있던 국립극장의 기획과에 근무하면서 임영웅 표재순씨 등과 어울려 연극에 취해 살았습니다. 그 뒤 드라마를 많이 썼지만 희곡만은 철학적인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경외심(敬畏心)같은 게 느껴져 남겨 두었습니다. 이제야 40년간 미룬 일을 하게 됐습니다.”

‘TV 사극의 대부’로 불리는 작가 신봉승씨(70).

올해 고희를 맞은 그가 23일부터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공민왕 비사―파몽기(破夢記)’의 극본을 집필해 연극에 ‘데뷔’한다.

그는 83년부터 90년까지 방영된 MBC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외에도 ‘조선의 정쟁’ ‘신봉승의 조선사 나들이’ 등 역사 관련 저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TV와 역사의 만남’을 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연극 데뷔작이라지만 그의 예사롭지 않은 ‘내공’ 때문에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진다.

연출은 ‘조선왕조∼’에서 호흡을 맞췄고 뮤지컬 ‘애랑과 배비장’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연극 ‘아버지’ 등을 연출한 표재순씨(67)가 맡았다.

이 작품은 고려 31대왕인 공민왕(1330∼1374년)과 요승(妖僧)으로 불리는 신돈을 두 기둥으로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간다. 신돈은 노국공주가 난산으로 죽자 공민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주와 닮은 반야를 끌어들여 권력을 손아귀에 넣는다.

“공민왕 시기는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몇 년전부터 혹시 누군가 연극으로 만들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공민왕의 노국공주에 대한 사랑과 고려의 중흥, 신돈의 개혁정책 이 모두 이루지 못한 꿈이 됩니다.”(신봉승)

고려를 다룬 정사(正史)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는 조선시대들어 아홉차례나 고쳐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왜곡된 부분이 조선조 태조 이성계의 정적(政敵)이었던 최영과 공민왕, 신돈과 관련된 대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60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진 최영에 비해 공민왕과 신돈은 각각 유약한 인물과 요승의 부정적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면서 “정사를 축으로 두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브리타니쿠스’에서 사랑과 질투로 일그러진 네로역을 탁월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은 이상직이 공민왕역을 맡았다. 신돈과 반야역에는 각각 최원석과 곽명화가 캐스팅됐다. 이밖에 원로배우 장민호와 김재건 오영수 최상설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신봉승은 “스케일 큰 작품을 남기고 싶다”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사흘에 한번씩 연습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미술가 박천수씨가 제작한 사람 키의 1.5배가 되는 불상을 옮겨와 사실감있는 무대를 만든다. 공연은 4월1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4시. 1만∼3만원. 02―2274―350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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