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터뷰]배유정 "작품만 맘에 들면 배역 안가려요"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58분


혹시 좀 못난 남성들이 갖는 공통적인 질투일까. “진짜 직업은 뭐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그는 속내가 훤히 보이는, 익숙한 질문이란듯 일단 웃었다. 곧 그는 “한가지도 포기할 수 없다”고 응수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83학번인 그는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을 거쳐 통역사로 생활하다 90년 뒤늦게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했고 국립극단에 입단하면서 연기자로도 활동해왔다.

16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당신, 안녕’(윤대성작, 정일성연출)에서는 ‘연극인’ 배유정을 만날 수 있다. 1999년 12월 나도향 원작의 ‘스토리 시어터―뽕’이후 2년만의 무대다.

‘당신, 안녕’은 대학교수이자 극작가인 독고 영(이호재)과 냉소적인 부인 이여사(배유정), 독고씨의 제자인 소영(장설하)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부부와 가정의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다 결국 아내 앞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위선으로 가득찬 남성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그려진다.

“작가 선생님의 경험이 바탕이 됐답니다. 작가 분은 아직 부인에게 희곡을 보여주지 못했대요(웃음).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가 가정을 지킨다고 하면서도 서로를 할퀴고 상처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기자로서의 그의 원칙은 작품이 마음에 들면 배역의 비중에 관계없이 출연한다는 것.

이광모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이나 ‘뽕’이 그렇다. ‘아름다운∼’은 98년 도쿄영화제 4개 부문 수상 등 국제 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난 때문에 미군에게 몸을 파는 안성댁으로 출연한 배유정을 기억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이감독의 영상 미학 때문에 클로즈업된 화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적인 이미지의 그가 ‘뽕’에서 5명의 남정네와 잇따라 뜨거운 연기를 펼치는 안협집으로 기꺼이 출연한 것도 의외다.

연출자 정일성은 “배유정은 작은 체구지만 무대에서의 카리스마는 만만치 않다”면서 “한 우물을 팠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모의 커리어우먼으로 아직 미혼인 그의 취미는 ‘고양이 키우기’.

“버려진 고양이를 계속 ‘입양’하다보니 5마리나 됩니다. 결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든 여성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무척 싫습니다.”

공연은 4월4일까지 화∼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 1만2000∼2만원. 02―745―9884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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