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巨富’되려면 ‘독종’이…‘신화가 된 기업가들’

  • 입력 2005년 10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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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가 된 기업가들/우베 장 호이저, 존 융클라우센 엮음/이온화 옮김/392쪽·1만6000원·지식의 숲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는 어떤 사람인가. 그가 부(富)를 쌓은 것은 노력의 결과인가, 재운(財運) 덕분인가.

이런 물음에 친절하게 응답해 주는 책이 ‘신화가 된 기업가들’이다. 독일 신문 ‘자이트’에 2년간 연재되면서 주목을 받은 기획물인데 이를 묶어 책으로 출판한 것. 독일의 쟁쟁한 저널리스트 29명이 집필에 참여했으며 여기에 소개된 기업가는 44명이다.

과거엔 ‘영웅’이라 불리는 인물은 대체로 여러 나라를 정복해 영토를 넓힌 사람이었다. 알렉산더, 카이사르, 나폴레옹, 칭기즈칸 등이 금방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늘날엔 자기 상품을 널리 전 세계 시장에 팔아 거부(巨富)가 된 인물이 영웅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플루타르크 영웅전’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미국의 석유 재벌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어릴 때는 사탕을 한 부대 사와서 형제들에게 조금씩 나눠 팔면서 이익을 챙겼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업체들에 가혹했고 독점욕이 강했다. 경쟁 회사들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인수했다. 거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그의 생활은 지극히 검소했다. 은퇴 후엔 대부분의 재산을 학교 박물관 도서관 의학연구소를 짓는 데 기부했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삶을 마감했다.

미국의 철도 재벌 코넬리어스 밴더빌트(1794∼1877)도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들으며 돈을 번 인물이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 가며 철도 노선을 확보했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거짓 장부를 만들기도 했다. 주가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밴더빌트가 죽고 거의 100년이 흐른 1973년 그의 후손 120명이 모였는데 이 가운데 백만장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의 재산은 어디론가 사라졌어도 그의 기부금으로 세워진 명문 밴더빌트대는 숱한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독일의 ‘통신판매 여왕’ 그레테 시케탄츠(1911∼1994)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재봉용품 업체의 종업원으로 입사해 오너와 결혼하는 행운을 차지했다. 결혼 후 경영 재능을 발휘해 회사를 키웠다. 가정용품 카탈로그인 ‘크벨레’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통신판매 회사를 이뤄 냈다. 어릴 때 가난하게 자란 것을 자산으로 삼아 서민용품을 잘 공급한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한 기업가들의 특징을 10개로 요약했다. 즉, ①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 ②끊임없이 새것을 받아들인다 ③시장의 흐름을 읽는다 ④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⑤성공을 위해 게임 규칙까지 바꾼다 ⑥기회를 잘 포착한다 ⑦경영관이 명확하고 건전하다 ⑧절약 정신이 투철하다 ⑨무자비할 만큼 냉정하고 엄격하다 ⑩자신의 사업을 즐긴다 등이다.

번역이 매끄러워 술술 읽히는 장점을 지녔다. 기업 세계를 보는 눈을 넓히는 책이다.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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