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획일적 경영방식으론 미래는 없다 '개인주의…'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23분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라인하르트 슈프렝어 지음 이민수 옮김/382쪽 1만4000원 뜨인돌

다소 딱딱한 제목의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책의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그 동안 당연한 것으로 혹은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많은 경영원칙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 평가, 360도 평가에서 직원 설문조사, 인력 계발, 코칭(coaching), 팀(team) 방식, 목표에 대한 합의, 기업 문화, 사내 벤처에 이르기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책을 자세히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구성원들의 개성을 무시하는 획일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미래는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강조하는 기업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기업의 각종 교육 제도와 방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많은 기업들이 인력 계발이나 코칭이라는 미명하에 획일적이거나 이미 한물간 내용들을 직원들에게 주입시키려고 노력한다. 특히 많은 CEO들이 인성과 개성을 가진 직원들을 인정하고 그들 스스로 부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직원들이 능력이 없다는 점을 노련하게 주지시키면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주입시키려고 애쓴다.

저자는 ‘인간을 결코 가르칠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라는 갈릴레이의 말을 인용해 기업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역설하고 있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많이 강조되고 있는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도 저자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360도 평가라는 제도하에 직원들은 기업 내의 상사와 동료 직원, 그리고 사업 파트너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언뜻 보면 306도 평가 방식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사실 평가 대상자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평가를 해야 하는 불합리성과 익명성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점들 때문에 능력 향상과 보상이라는 평가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저자는 익명성이라는 울타리에 매인 획일적인 평가보다는 오히려 경영자와 직원들간의 잦은 만남을 강조하고 있다.

끝으로 목표에 대한 합의나 기업 문화 운동도 저자의 비판 대상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획일적인 목표나 가치를 주입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 목표를 구성원 스스로 정하게 만들 수는 없는가? 초일류 기업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익숙하지도 믿지도 않는 신념이나 가치를 무조건 따라 가야만 하는 것인가?

저자가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는 유럽 학자의 글이라는 점도 흥미롭고, 책의 결론에서 소개하는 ‘개인화 경영’의 개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성선설(性善說)보다는 성악설(性惡說)을 믿는 경영자들에게는 저자의 주장이 어색할 지도 모르겠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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