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창업, 자금보다 추진력 '하버드 창업 가이드'

  • 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30분


◇‘하버드 창업 가이드’아마 하이드 외 지음 257쪽 1만2000원 21세기북스

지난해 3/4분기를 정점으로 창업 열풍이 수그러들었지만 아직도 매월 200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창업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몰락했지만 새로운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전문가들이 쓴 창업 혹은 기업가 정신에 관한 8편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대개 모음집 형식의 책은 각 장이 독립적인 형태로 서술되어 전체적인 측면에서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지만, 반대로 독자들이 각 장마다 서술된 개별 주제들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 또한 창업이라는 동일 주제 하에 교수, 연구원, 창업자, 벤처캐피탈리스트, 컨설턴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저자들의 독특한 시각이 담겨 있다. 책의 내용 중 우리 나라 기업 현실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창업에는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의 재능과 추진력으로 사업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투자 유치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이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막대한 자금 조달을 통해 성공한 기업은 극소수이고, 적당한 규모의 자기 자본으로 성공한 기업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또한 벤처캐피탈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사업 계획이 빈약해서라기보다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창업자는 틈새 시장을 노리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수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한다.

따라서 저자는 투자 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구미에 맞추다가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기보다는 외부 자금 없이 사업을 끌고 가는 임기 응변과 추진력을 갖추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저자들은 벤처기업일수록 사업에 임하는 자신의 목표, 전략, 능력에 대한 명확한 점검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어떤 종류의 기업을 세울 것인지, 어떤 위험과 희생이 필요한지, 어느 정도 위험과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질문을 통해 사업에 임하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수립되었는지, 충분한 이익과 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인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인가 등에 관한 검토도 필요하다. 끝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자원이나 관계를 확보했는지, 조직 역량은 충분한지, 변화하는 창업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결국 저자마다 다루는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머니 게임이 아니라 비즈니스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창업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틈새 시장과 급변하는 산업에서는 완벽한 계획 수립보다는 역동적인 추진력과 유연성이 창업자에게 더욱 요구된다. 코스닥이 열풍이 사라진 지금, 벤처 경영자나 투자자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용희 오세종 옮김, 원제 ‘Entrepreneurship’(1999년)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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