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경쟁력의 원천은 사람 '창조적 이단자' 키워야

  • 입력 2001년 5월 4일 19시 03분


◇청개구리 기업문화/조영호 지음/357쪽, 1만2000원/크리에티즌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60년대 이후 유지되었던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이 대거 파괴되었다. 재벌, 평생 직장, 연공 서열의 신화가 무너지고 벤처, 헤드헌팅, 연봉제라는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 4∼5년 동안은 기업 매각, 사업 통폐합, 인력 감축 등 사업 구조나 경영 프로세스를 바꾸는 하드웨어 혁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저자는 사람과 기업 문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구조조정 이후의 문제, 즉 기업의 소프트웨어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구조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사람에 관한 문제이다. 저자는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의 원천을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최 일선 직원이 회사의 꿈과 가치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설비나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 책에서는 조직이 정한 비전이나 이념에는 충실하지만 자질구레한 규범이나 규칙은 무시해 버리는 ‘창조적 이단자’들을 보호하고, 심지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직의 모든 규범을 준수하는 순응주의자들만으로는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과 개방성, 창의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자는 조직의 약 30% 정도가 창조적 이단자들로 구성되어 이들이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의 중심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기업 문화에 관한 문제이다. 지난해 저자가 직접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의식 구조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주주나 정부보다는 고객과 일반 주주를 우선시하고, 매출액과 업계 순위보다는 지식과 브랜드를 중요시하며, 직업 안정보다는 가정 생활과 개인의 자유를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지향해야 할 21세기 기업 문화는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 이 책에서는 벤처형 문화, 패러독스 경영, 업사이징(upsizing), 팔로워십(followership), 조직의 EQ, 신뢰, 수평 조직 등 기업 문화의 특징을 설명하는 다양한 개념들이 소개되고 있다. 물론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비전과 가치, 고객 밀착, 스피드와 창의, 팀워크와 네트워크 등을 강조하는 문화가 21세기를 이끌어갈 기업 문화의 핵심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저자가 쓴 칼럼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나열적이라는 점이 옥의 티지만, 순서에 관계없이 어느 부분이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특히 학계와 실무에서 오랫동안 조직과 기업 문화를 연구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이나 구조조정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이동헌(가톨릭대 교수·경영학)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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