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이프 마이스타일]정수경/용띠 쌍둥이로 살기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1976년 용띠해 10월10일 오후 5시45분. 세상의 빛을 처음으로 구경했어요. 3분 늦은 ‘죄’로 동생이 됐지요. 몸무게는 1.9㎏으로 언니 정보경보다 0.2㎏이 적었어요. 지금은 내가 훨씬 많이 나가지만. 하여튼 이란성 쌍둥이로 ‘세상살이’를 시작한 것입니다.

▼용띠 모녀의 인도여행▼

천재일시(千載一時).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를 의미하죠. 용띠생 언니와 나에게 2000년이 바로 그런 해랍니다.

첫 번째 용의 해는 띠가 뭔지도 모르고 보냈지만 올해는 느낌이 달라요. 세 번째 용의 해를 맞는 36살이 되기 전에 인생의 모든 밑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의사 시험을 보고 결혼한 뒤 아기도 낳고….

올해 남은 인생의 계획을 짜지 못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토대를 쌓지 못하면 ‘이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언니는 언론계의 용, 나는 한의학계의 용이 될 거예요.

52년생 용띠인 어머니도 각오가 대단해요. 국문학과 출신으로 시인을 꿈꾸며 8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시를 올해 본격적으로 쓰시겠대요. 1일 0시 새 천년을 맞으면서 저에게 하신 말씀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어요.

“지금까지 너무 안일하고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 나라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영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7일 네팔 카투만두로 어머니와 함께 떠나요. 언니는 지난해 12월15일 이미 인도에 갔는데 이날 합류해 한달간 인도 네팔 여행의 대장정에 올라요. 새 천년의 각오를 다지고 진한 추억도 만들 계획입니다.

▼호기심 많은 용띠▼

컴퓨터 사주를 본 적이 있어요. 용띠는 강한 기질을 타고나 후퇴를 모른대요. 모험심 호기심이 많으며 낭만을 꿈꾸는 인물이 많다나요.

정말 그래요. 우리 세 모녀는 모두 지적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겨요. 언니는 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을 세번이나 옮겼고 나는 한의학 공부를 위해 일류대를 포기했죠.

어머니는 더 화려해요. 중학교 국어교사→도서관 사서→상담교사→학원 논술교사를 거쳐 요즘은 시에 도전중이예요. 중간에 미술을 공부한다고 미술 입시학원에 등록한 적도 있고요.

여기서 퀴즈 하나. 한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는 사주가 같을까요, 다를까요?

정답은 ‘다르다’. 3년전 다니던 대학을 중퇴한 뒤 수능시험을 보고 S대 의류학과를 갈지, 한의대를 갈지 고민하다가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은 적이 있어요. 나한테서는 한약 냄새가 풀풀 나고, 언니는 외국을 돌아다닐 팔자라네요. 쌍둥이는 사주보는 법이 다른 사람과 다르고 복잡하다고 설명하더라구요

▼너무나 다른 둘▼

일란성 쌍둥이는 한 명이 아프면 나머지 한 명도 따라 아프다고 하는데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생김새도 전혀 다르고 성격도 딴판이죠.

언니는 서글서글하고 생각이 깊은 보스형으로 처음 만난 사람도 10년 사귄 사람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반면에 난 내성적이죠. 남이 나서면 가만히 따라가는 편이에요.

언니는 운동을 싫어하지만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IQ도 언니는 전교에서 두 번째였지만 나는 평균이었어요. 한글도 모르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와 달리 언니는 1학년 때부터 상이란 상은 거의 독차지했어요. 중학교 입학 이후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죠. 언니는 하향곡선을 그린 반면 나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어요. 유일하게 똑같은 점이 있다면 둘 다 신발 사이즈가 250㎝로 발이 크다는 것이죠.

어렸을 땐 고민 많이 했어요. “닮은데가 하나도 없는데 무슨 쌍둥이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언니는 엄마를, 남동생은 아빠를 빼다 박았는데 나는 누구도 닮지 않아 주워다 기른 아이인줄 알았어요.

내 고민을 알았는지 엄마는 “너희가 병원에서 태어날 당시 저체중아는 너희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절대로 바뀔 염려가 없었단다”고 말하곤 했죠. 저체중아가 한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전생에 부부였을까▼

어릴 땐 너무 싫었어요. 내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꼭 누구의 동생으로 불렸거든요. 머리채를 잡고 싸운 적도 있었어요. 나한테 심부름을 마구 시키면서 ‘언니’라고 위세를 부리는 것이 미웠어요.

그러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친해지기 시작했죠. 언니는 자상하게 나를 챙겨줬고 나도 ‘경쟁심’이 사라졌기 때문이었어요. 이때부터 우린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인생의 후원자’가 됐어요.

꼬박꼬박 언니라는 호칭은 쓰지만 실제는 그 이상예요. 애인이 생기면 서로에게 선을 보인 뒤 마음에 안들어하면 헤어지기로 약속했을 정도니까요. 이 때문에 몇 달전 한 남자가 술고문을 심하게 당했어요.

내가 진로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언니는 “한 번 사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넌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내가 믿는 걸”하며 후원해줬어요.

이젠 둘이 한 몸 같아요. 전생에 언니가 남편, 내가 아내였거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똑같이 태어나 심장마비로 거의 동시에 숨진 호주 퍼어스시의 쌍둥이 형제처럼 사는 게 소원이예요.

▼고령임신 여성흡연 피임약 영향 쌍둥이 출산 증가추세▼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으로 나뉜다. 일란성은 한 개의 난자와 한 개의 정자가 결합해 한 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졌다가 발생 초기 두 개의 세포군으로 갈라지면서 제각기 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 두 아기가 가진 유전자는 완전히 똑같다.

이에 비해 이란성은 두 개의 난자가 두 개의 정자와 수정됨으로써 생겨난다.

머리 심장 등 몸의 일부가 붙은 일란성 한몸체 쌍둥이는 ‘샴쌍둥이’로 불린다. 수정란이 발생 초기 세포분열 때 불완전하게 쪼개져 일어나는 것. 5만명의 쌍둥이 출산 가운데 한번꼴로 나타난다.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가계와 인종에 상관없이 0.3∼0.5%선. 그러나 이란성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 서양권은 벨기에 1.8%, 미국 흑인 1.4%, 백인 1.1%로 비교적 높은 편. 동양권은 일본 0.7%, 중국 0.3%로 낮은 편이다.

기네스북에 등록된 쌍둥이 최고기록은 71년 호주의 시드니에서 태어난 9쌍둥이로 그 중 6명이 살아서 출생했다. 100만분의 1이란 천문학적인 확률인 ‘흑백쌍둥이’ 남매는 94년 영국 런던에서 흑인아버지와 백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쌍둥이 출산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 미국의 경우 세쌍둥이 이상 ‘다중 출산’이 20년 전에 비해 400% 이상 늘어났다. 쌍둥이 출산 증가율은 37%. 35세를 지난 임부는 20세 전후 여성보다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3∼4배 높다.

의학계에서는 △출산연령의 고령화 △임신촉진제 사용 △여성흡연 △환경오염 △시험관 아기 △피임약 복용 △남성정자수 감소 등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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