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 입력 2009년 6월 13일 16시 43분


쿠바의 남동쪽 관타나모 만에는 미 해군 기지 내 수용소가 하나 있다. 모든 이들이 손가락질 하는 ‘위험인물’로 분류된 테러리스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 법과 인권을 중시한다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벌써 7년 째 운영 중인 초법적인 수용시설이다.

그런데 한 여대생이 우리가 몰랐던 관타나모의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책의 저자 마비쉬는 2005년 마이애미 대학 로스쿨을 다니던 중 재판도 받지 못하고 죄목도 모른 채 무기한 억류되어 있는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상황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상황이 자신이 어릴 적부터 배워온 미국의 정신과는 상반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결국 마비쉬는 통역 및 제한적인 변호업무를 맡아 2006년 1월 관타나모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그녀는 6개월간이나 FBI의 철저한 신원조회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드디어 관타나모에서 테러리스트 수감자와 면회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만난 테러리스트들은 위험과는 거리가 너무 먼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를 닮은 소아과의사 알리 샤 무소비, 보행기가 없으면 움직일 수도 없는 여든 살의 중풍 환자 누스랏 칸, 염소치기 청년 타즈와 카시오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잡혀온 과학자 압둘 마틴.

이들 대부분은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로 고향의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남편이었다.

여러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을 만나면서 죄 없는 자들이 갇히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알게 된다.

미국은 전쟁 중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누구라도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원을 신고하면 5,000달러에서 25,000달러를 준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했던 것.

2006년 아프가니스탄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인 점을 가만하면 5,000~25,000달러는 로또 당첨과 같은 것이다. 돈에 눈이 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자신의 이웃을 신고했고 이웃 파키스탄 정부는 계획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로 이주하는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미국에 팔아넘겼다.

미국의 물질 만능은 평범한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을 극악한 테러리스트들로 포장해 관타나모에 수용시키고 나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로 밀어 넣은 것이다.

저자는 정부가 관타나모에서 미국의 가치를 '모독'했다고 비판하면서 수감자들을 믿고 옹호하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열라고 촉구하는 열정의 목소리를 터트린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 이원 옮김/ 1만2000원/ 320쪽/ 국판 변형/ 바오밥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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