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새책]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귀신 이야기

  • 입력 2008년 8월 5일 11시 18분


‘속초 귀신’, ‘자유로 괴담’ 등 여름을 맞아 인터넷에는 귀신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십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새로운 버전으로 방영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출판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점가에도 갖가지 귀신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산 자와 죽은 자가 빚어낸 기묘하고 슬픈 이야기를 담은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아사다 지로 지음/360쪽·11000원·북하우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가 기묘하고 독특한 일곱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기담집을 펴냈다. '금간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했던 유곽의 여인이 대학생과 동반 자살을 기도하다 3일간 애처로이 생을 마감하는 슬픈 ‘인연의 붉은 끈’, 실패한 가장이 언젠가부터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와 힘겨루기를 하는 ‘벌레잡이 화톳불’, 가난했기에 사랑마저 박탈당한 요시나가에게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인 ‘뼈의 내력’ 등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와 닿는다. 일본 영화 ‘기묘한 이야기’, 만화 ‘백귀야행(이치코 이마, 시공사)’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장윤선 지음/272쪽·12000원·이숲

이 책은 조선 선비들과 귀신 이야기를 연관시켜 재밌게 풀어냈다. 김시습, 남효온, 이황, 이이, 서경덕 등 명망 있는 조선의 유학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귀신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마다 귀신론을 펼쳤다. 저자는 조상귀신, 원혼귀신, 괴물류, 전설귀신 등을 다양하게 다뤘다. 또한 귀신은 단순히 무섭고 두려운 영혼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종교, 사회의 넓은 영역에 발을 드리운 문화적 키워드이며 우리 문화의 원형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노비에게 강간당한 후 무참하게 살해된 아랑의 전설처럼 원혼귀는 사회의 모순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 조선 시대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개인적으로 겪은 일상의 귀신들도 소개한다. 귀신에 씌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친척 이야기, 귀신과 연루되어 친구들이 겪었던 사건, 동네 시장 할아버지의 신기한 체험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귀신들 이야기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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