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김정일은 어떤 논리로 우상화를 유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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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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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B R 마이어스 지음·고명희, 권오열 옮김/
216쪽·1만4000원·시그마북스

북한 사람들은 자신과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며 무엇을 믿는가.

개인 우상화가 철저한 북한에서 지도자들은 과연 무슨 논리로 우상화를 지탱하는지, 북한 지도자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선전되는지를 미국 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동서대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연구는 우익 성향과 좌익 성향으로 나뉘었지만 이들 모두 북한의 세계관 연구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우익 성향의 연구자들은 북한 정권의 행동을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려는 이기적 투쟁 관점에서만 설명하려 하고, 좌익 성향의 연구자들은 북한을 적대적 초강대국인 미국에 맞선 여느 약소국가와 다름없는 ‘합리적인 행위자’로만 인식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남한이나 서구의 국가들이 흔히 생각하는 공산주의, 유교, 또는 전시용 주체사상과는 동떨어진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조선인들은 혈통이 지극히 순수하고, 따라서 매우 고결하기 때문에 어버이 같은 위대한 영도자 없이는 이 사악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처럼 인종에 기반을 둔 북한 세계관을 전통적인 좌우 스펙트럼 위에 놓는다면 극좌보다는 극우 쪽에 가깝게 자리매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북한이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인 중국이나 동유럽 국가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일본에 더 가깝다고 분석한다.

이는 과거 냉전시대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이 미국에 순순히 백기를 들었다고 해서 북한도 그러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사용한 ‘가미카제 슬로건’을 그대로 동원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핵무기로 할 수 있는 최악의 불장난이 기껏해야 핵 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판단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원제 ‘The Cleanest Race(가장 순결한 민족)’.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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