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김형모/복종 강요말고 의견 먼저…

  • 입력 1999년 9월 12일 18시 31분


“어른이 말하면 들어야지. 웬 군말이 그렇게 많아?”

어른이 될 때까지 우리는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어른이 결정한 일에 아이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부모들은 이 말을 앞세워 아이들의 의견을 묵살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어른 앞에서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채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립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집에서 나가 독립을 하면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기회가 올 줄 알았는데 세상 어디를 가도, 사회의 어느 조직에 들어가도 ‘어른’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 때마다 아무말도 못하고 무조건 어른 말에 군소리없이 복종하는 삶을 살아야 할까요.

어른 앞에서도 올바르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바로 말할 수 있는 훈련은 가정 안에서 아주 어려서부터 허용되고 훈련돼야 할 태도입니다. 아이와 관계된 일에서, 아이와 관계는 없지만 가족 안에서 서로에게 중요한 일이 발생했을 때, 혹은 부모님들이 새로운 결정을 하게 되었을 때마다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구해보십시오. “엄마 아빠의 생각은 이런데 너의 생각은 어떠니?”라고.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참고하는 집이 참 드뭅니다. 그렇게 묻는 것이 마치 아이를 위험한 물가로 끌고 가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모든 장애물은 어른에 의해서 이미 제거되었으니 너희들은 무조건 부모 말에 순종하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부모 말에 순종하는 것은 미덕입니다. 아이들에게 순종은 꼭 가르쳐야 할 덕목입니다.

하지만 순종이 맹종이나 복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하나 거쳐야 할 문이 있습니다. 먼저 자녀들의 의견을 물어주는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의 깊이가 얕고 짧다해도 말입니다.

“그래, 네 생각은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다.” 이렇게 긍정하며 자녀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인정해준 다음 부모의 생각을 말한다면 자녀들과 말이 안 통해 서로 마음을 닫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부모가 들어주고 인정해준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주관을 갖게 되고 다른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기 전에, 어른의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의 사고와 견해를 억누르기 전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자녀와 부모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문을 열어보십시오. 자녀의 생각이 궁금하지도 않습니까.

김형모(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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