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튼튼하게]청각 왜곡 언어발달 장애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3분


“유치원 다니는 나이가 됐는데도 두 단어 이상을 말하지 못해요.”

“유치원 수업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피아노에서 뛰어내리는 등 산만한 정도가 심해 약을 복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단체생활에 적응할 수 없을 정도예요.”

“학과과목중 한 개 내지 두 개는 아주 잘하고 그 외는 전혀 점수가 나오지 않아요. 받아쓰기는 항상 틀리고….”

병원 부설 학습향상연구소를 찾아온 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이 뿐만 아니다.

“지시 사항을 따르는 것을 보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 어른 옷을 잡아 끌어당겨서 의사를 표현해요.”

“짜증이 너무 심해요. 아무래도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에 대해 털어놓는 고민을 잘 들어보면 자녀가 청력에 문제가 있는데도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열이 나거나 몸의 특정부위가 아플 경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빨리 의사를 찾아 대처하고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쓴다. 그러나 청력이 나빠졌을 때에는 그 증세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특히 어떤 원인인지를 몰라서 그냥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청력 손실이 아닌 청각왜곡의 경우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므로 문제해결이 더욱 어려워진다.

사람은 태어나서 옹알이부터 시작해 어른의 말을 들리는 대로 흉내내며 배운다. 귀에서 받아들인 소리는 고막을 통하여 뇌세포까지 이어지며 모든 소리는 주파수에 따라 처리되는 부분이 각각 다르다. 특정 주파수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리거나 안 들릴 경우 그 소리를 처리하는 뇌세포와 그 주변의 뇌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이는 곧 정서 불안, 주의 산만, 발음 부정확, 이해력 부족 등의 결과로 나타난다.

또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이해력이 떨어진다. 의사소통이 잘 안되다 보니 사회생활도 영향을 받게된다. 개별학습은 큰 문제가 없어도 단체학습은 어렵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짜증을 내거나 받아쓰기에서 같은 것만 틀리기도 한다. 소리에 민감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청각과는 전혀 거리가 먼 증상으로 나타나기에 부모들은 모두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므로 처음 열거한 증상이 있다면 한번쯤은 청각왜곡을 생각해보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청각왜곡의 경우는 청각통합훈련(AIT)으로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음치도 일종의 청각왜곡이다. 얼마전 KBS TV 인간극장 ‘음치가수 이재수’란 프로가 있었다. 검사결과 이씨의 청각은 정상인데 뇌에서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문제가 아니고 청각에서 소리를 접수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에게 ‘라’음으로 들리는 것이 ‘파’로 들려 뇌에 접수되기를 ‘라’음을 ‘파’의 높이로 발성하는 것이다.

김미향(한사랑 화정 소아과원장)aitk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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