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아이가 이물질 삼켰다면 "병원 먼저 가세요"

  • 입력 2001년 6월 26일 18시 47분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김모씨(35·여)는 18개월 된 막내(아들)가 바둑알을 삼켜 질식할 뻔한 일을 당한 이후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아이가 삼킬 만한 물건들을 모두 치웠다. “정말이지 그 때 남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당시 남편 이모씨(37)는 어쩔줄 몰라 울고만 있는 김씨 옆에서 침착하게 아들의 발을 잡고 거꾸로 들어올린 뒤 아들의 등을 탁탁 쳐 삼킨 바둑알이 튀어나오도록 했다.

▽아기들은 왜 이물질을 삼키나?〓출생 4∼6개월 뒤 아기가 일어나서 앉거나 엉금엉금 기기 시작할 때 흥미로운 것을 보면 손에 쥐고 입에 넣어 확인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같은 행동은 생후 8개월 때 가장 심한 편이다. 지름 3.2㎝ 정도면 아기가 어렵지 않게 입에 넣고 삼킬 수 있다. 물건을 삼키는 행동은 만 1∼2세까지 계속된다. 서울중앙병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이물질을 삼킨 아이 188명 중 남아는 126명, 여아는 62명으로 남아가 훨씬 많았다.

▽각종 이물질을 삼켰을 때 조치〓아이들이 집에서 가장 쉽게 삼키는 것이 담배꽁초. 아이가 담배를 삼켰다면 우선 얼마나 삼켰는지 알아본다.

삼킨 양이 많지 않다면 우선 입안의 담배를 없애고 깨끗한 거즈나 손수건으로 닦아준 후 우유나 물 등을 먹인 다음 엄마 무릎 위에 아이 머리를 아래로 하여 엎어놓고 등을 두드려 토하게 한다. 보통 담배 한 개비를 모두 삼킨 아이의 경우 니코틴 독성으로 침을 많이 흘리거나 토하는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작은 장난감이나 동전을 삼킨 경우엔 일단 병원에 가서 X레이를 찍어 이물질의 크기며 위치를 확인한다. 그렇지만 목구멍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으면 수일 내로 변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도 보통 2주 정도는 기다리고 X레이를 찍으면서 경과를 본다.

하지만 큰 것을 삼켜 위장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경우는 내시경을 이용해 빼내야 한다.

아기가 표백제 가성소다 등 식도 등을 손상시키는 물질을 먹었을 경우엔 절대 토하게 해서는 안된다. 잘못 토하면 폐로 들어가 폐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찬물이나 우유를 몇모금 마시게 한 후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각종 음식물을 잘못 삼켰을 경우〓생후 18개월이 되면 아이들은 혼자 무엇이든 덥석덥석 먹기 때문에 목에 생선가시가 걸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 때 걸린 가시가 작은 경우 물을 마시거나 맨밥을 한숟갈 씹지 않고 삼키게 하면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캑캑거리며 괴로워하면 즉시 병원으로 가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생선가시는 X레이에도 나타나지 않아 내시경으로 진단과 치료를 같이 하는 사례가 많다.

우유를 잘못 삼켜 사레가 들릴 경우도 있다. 사레는 기도로 들어간 음식물 등이 기도를 자극해서 생긴다. 이 때엔 우선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며 아이의 등을 가볍게 쳐주거나 똑바로 눕히지 말고 옆으로 눕힌다.

아이에게서 계속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경우 대부분 삼키는 기능이 미숙하므로 우유를 너무 묽게 타서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우유병의 젖꼭지 구멍의 크기를 줄이고 우유병을 물릴 땐 엄마가 안고 먹여야 한다. 드물지만 식도와 기도가 연결돼 사레가 들리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 조치〓가정에서의 응급조치는 아이의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 질식이 됐을 때 필요하다. 아이가 이물질에 질식돼 숨을 못쉬고 파랗게 변하면 1세 미만의 아이는 머리가 땅에 비스듬히 향하도록 엎드리게 한 후 어깻죽지 사이를 다섯 번 손바닥으로 때려준다.

다른 방법으로는 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비스듬히 눕힌 채 두 손가락으로 가슴 중간부위를 다섯 번 눌러준다. 1세 이상은 바닥에 눕혀 복부 부위를 손바닥으로 가슴쪽을 쓸면서 압박을 가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입이나 코로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이때의 효과는 이물질을 좌우의 기관지 내로 밀어내어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기들 경우 특히 땅콩이나 호두가 이같은 사고를 많이 일으키므로 함부로 견과류는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도움말〓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김기수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최연호교수, 세란병원 소아과 서정아과장)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집에서 할 수 있는 3단계 응급 조치

1.아이가 이물질에 질식돼 숨을 못 쉬고 파랗게 변하면 1세 미만의 아이는 머리가 땅에 비스듬히 향하도록 엎드리게 한 후 어깻죽지 사이를 다섯 번 손바닥으로 때려준다.

2. 다른 방법으로는 머리가 아래로 향하도록 비스듬히 눕힌 채 두 손가락으로 가슴 중간부위를 다섯 번 눌러준다.

3. 1세 이상은 바닥에 눕혀 복부 부위를 손바닥으로 가슴쪽을 쓸면서 압박을 가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입이나 코로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을 한다. 이때의 효과는 이물질을 좌우의 기관지 내로 밀어내어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기들 경우 특히 땅콩이나 호두가 이같은 사고를 많이 일으키므로 함부로 견과는 주지 않는것이 좋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