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국의 목소리’ 봄을 깨운다'잇달아 내한공연

  • 입력 2004년 2월 17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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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理智)로 빛나는 고음 대(對) 땅을 울리는 듯한 저음, 호리호리한 체구 대 태산과 같은 거구…. 비슷한 연배지만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두 ‘영국산’ 남성 성악가들이 향취 가득한 예술가곡을 들고 서울에 온다.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40)의 첫 내한공연(3월 17일·예술의 전당 콘서트홀)과 바리톤 브라이언 터펠(39)의 두 번째 내한 무대(3월 5일·예술의 전당 콘서트홀)다.

●‘학자풍 귀공자’ 보스트리지

1960∼70년대 독일가곡의 명실상부한 제왕은 독일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79). 그가 은퇴한 뒤 후계자의 보관(寶冠)을 물려받은 인물은 누구일까. 바리톤이 아닌 테너, 독일인이 아닌 영국인에게 왕좌가 넘어갔다는 데는 거의 이론이 없다.

보스트리지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각각 역사학 및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성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한 그는 1993년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테너로 데뷔했다.

1996년 음반사 하이피리언이 야심적으로 추진 중이던 슈베르트 가곡 전곡 시리즈 중 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보스트리지가 맡으면서 그의 명성은 상승기류를 탔다. 피셔디스카우가 노령으로 녹음을 고사한 그 자리에 보스트리지가 지명됐다는 사실은 이후 ‘가곡의 새 제왕’으로서 그가 정통성을 부여받는 데 한몫을 했다.

보스트리지의 음성은 윤택하고 서정적인 데다 카운터테너에 필적할 음높이까지 올라간다. 그는 독일어 발음을 흠 없이 구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영국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프리츠 분덜리히나 니콜라이 게다 등 왕년의 독일 테너들이 갖고 있던 오페레타식 ‘기름기’가 쫙 빠져 있다.

이번 공연에서 슈베르트 가곡작품의 정수인 ‘겨울나그네’ 전곡을 노래한다. 여러 음반에서 그와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율리우스 드레이크가 반주자로 동행한다.

●거대한 볼륨의 ‘테디 베어’ 터펠

2001년 10월 처음 열린 터펠의 첫 내한공연은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한 무대’라는 입소문으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유머가 담긴 능청스러움과 불을 뿜는 듯한 노호(怒號) 등 그의 표현력은 넓고도 깊다.

웨일스 출신인 터펠은 1992년 DG사에서 나온 데뷔 음반으로 그라머폰 ‘올해의 신인 성악가상’을 수상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의 경쟁자격인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열혈적인 격정의 표현이, 미국의 토머스 햄프슨이 귀족적인 섬세함이 장기라면 터펠은 강건한 음성과 한번쯤 기대보고 싶은, 신뢰를 주는 이미지로 어필한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세레나데’ 등 슈베르트 가곡 15곡과 ‘수오 간’ 등 영국 전통민요, 토스티 ‘꿈’ 등을 노래한다. 두 공연 모두 3만∼10만원. 1544-1555,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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