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女농구팀 “트레이너도 없이 올림픽을?”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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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 여자농구가 84년 LA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지 20주년이 되는 해.

그러기에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농구대표팀은 더욱 각오를 새로이 해야할 터. 그러나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의 얼굴은 맥이 빠져 보인다. 명색이 대표선수인데도 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변변한 트레이너조차 없다가 지난달 호주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갈 때 겨우 1명을 구했지만 8월2일 계약이 끝난다. 정작 올림픽 기간에는 트레이너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할 형편이라 부상 치료와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을 전망.

태릉선수촌의 권유로 비인기종목도 대부분 전담 트레이너를 갖추고 있지만 대한농구협회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팀 내 살림을 맡아야 할 주무도 없다. 때문에 연습경기라도 하면 중고교 팀처럼 선수들이 번갈아 기록을 맡아야 하는 처지.

최근에는 몇몇 선수가 부상을 이유로 코칭스태프의 지시까지 거부하며 무단이탈하면서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남아 있는 12명의 가운데도 강지숙(현대)과 홍현희(우리은행)는 부상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고 김계령(삼성생명)은 병원을 들락거리는 신세.

축구 대표선수들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딴 것만으로도 4억원의 포상금을 약속받았다. 여자농구 대표선수들은 포상금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만이라도 갖춰졌으면 한다.

태릉선수촌 농구장에 내걸린 ‘한국 농구의 새 역사, 아테네에서 창조하자’는 플래카드 구호가 공허하게만 들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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