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목함지뢰 후폭풍, 정부와 군 수뇌부 강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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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왜 통일부 장관은 (지뢰 사건 다음 날)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했나. 우리 군하고 통일부하고 서로 전화 한 통도 안 하나? 그 전날 북한이 지뢰 도발을 해서 우리 군 하사 두 분이 중상을 입었는데 통일부 장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남북회담을 제안하고, 이거 정신 나간 것 아닌가.”

12일 오후부터 트위터 타임라인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호된 질책으로 가득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목함지뢰 사건이 난 다음 날인 8월 5일, 대통령께서는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하고, 이희호 여사는 평양을 가고, 또 우리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하는 등 이 세 가지 사건이 함께 벌어졌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또 “청와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뭐 하는 사람들이냐”며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의 호된 질타도 이어졌다. @Apol*********의 “200억도 안 되는 예산이 없어서 북한 애들이 지뢰 묻으러 내려오는지 관찰하는 장비 업뎃을 못해 엄한 장병 애들 다리 날려버린 것들이 군 장성 야들 편하게 골프 치시라고 수천억 때려 부어 골프장 만들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국가냐?”라는 트윗은 무려 3812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두 병사의 중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얼마나 싸늘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지뢰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김모 하사가 “북한에 강경대응만이 대응이 아니다”라고 냉철하게 국방을 걱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와 군 수뇌부를 향한 비판 수위는 높아졌다.

5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등에 지뢰를 언급한 글은 6만4313건이 검색됐다. 이 가운데 트위터가 6만1409건으로 95.5%를 차지했다.

지뢰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압도적 1위는 2만503건의 북한이 차지했다.

북한의 비인도적인 도발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게 기저에 깔려 있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2위는 1만1271건의 장병 혹은 군인이, 4위는 5470건의 다리가 차지해 북한에 의한 두 하사관의 중상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보탰다. 3위는 7047건을 기록한 지뢰폭발이 차지했고 5위에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4841건).

문 대표는 7위에 오른 조선일보와 함께 많이 언급됐는데, 조선일보가 부상한 하사를 문병하는 사진에서 문 대표를 지운 사실이 널리 퍼져 나갔다. @Moph***는 “와 조선일보 진짜 졸렬하네… 지뢰 피해군인 찾아간 문재인 의원 얼굴 지움 ㅋㅋ”이라는 글을 올려 3726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6위는 국방부가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문 대표,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인물 연관어 3위에 올랐는데 이는 국방부의 엠바고 요청을 김 의원이 깼다는 주장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진 탓이다. @impe******는 “북한군이 아군 지역에 침투, 지뢰를 매설, 2명 부상. 군은 진돗개 1호나 지뢰 수색 대신 엠바고만 걸고는 언론이 호들갑을 떨자 갑자기 ‘대북 방송’이라는 ‘단호한 대처’를 했다”는 다소 냉소적인 트윗을 올려 2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지뢰를 매설한 북한에 대한 비난보다 군 당국과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일련의 분위기에 대한 반론이 그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법사위에서 야당의원들이 지뢰도발 군의 책임을 따집니다. DMZ는 밀림입니다. 목함지뢰는 탐지기로도 발견이 어렵습니다. 이건 숨어서 조준사격을 한 거나 마찬가집니다. 때린 놈이 있는데 왜 맞고 왔냐고…”라는 글을 올려 270여 회의 호응을 얻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칭찬하기는 어렵다.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은 “국가 위기관리가 언론의 엠바고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이루어졌다. 위기관리는 군사 상황에 맞춰 이루어지는 것이지 언론 상황에 맞춰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방부를 질타했다. 청와대는 11일에야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모두 다리를 잃고도 “팀원이 안 다쳐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는 김 하사의 뜨거운 전우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젠하워의 말처럼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목함지뢰#후폭풍#정부#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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