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구름의 예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운, 공기와 꿈, 2014년
강운, 공기와 꿈, 2014년
어른이 되어 동심을 잃으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과 멀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개를 들어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고, 구름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거나 감탄하는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변화무쌍한 구름 모양을 관찰하고 그에 따른 감동과 경험, 성찰을 미술로 표현한 작가가 있다. 바로 구름의 화가로 불리는 강운이다.

이 그림은 언뜻 보면 캔버스에 하늘을 그대로 옮긴 것 같지만 구름 화가의 20년 내공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창작물이다.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염료로 물들인 한지를 캔버스에 붙여 배경의 하늘을 만들고 그 위에 마름모꼴의 한지를 붙여나가는 강운표 기법으로 다양한 구름 모양, 공기의 흐름, 바람결, 자연의 에너지까지도 생생하게 재현했으니 말이다.

그가 하필 하늘의 구름을 그림의 주제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대자연이 하늘캔버스에 그리는 그림(구름)이 창작의 영감을 자극하는 데다 명상과 자아 발견, 깨달음을 얻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강운만큼이나 구름을 사랑했던 샤를피에르 보들레르는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이방인’에서 구름을 이렇게 찬미했다.

수수께끼 같은 친구여. 말해다오. 그대는 누구를 사랑하느냐? 아버지? 어머니? 누이나 형제인가?

―나에겐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다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낯선 이방인이여?

―나는 구름을 사랑하오…흘러가는 구름을…저기… 저 신기한 구름을!

구름을 노래한 예술작품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본 적이 언제인가’라고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삶을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대답하리.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