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최안섭]빛도 지나치면 공해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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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태초부터 태양에 의한 자연광으로 존재했다. 그것을 통해 인간은 기본적인 삶을 영위했다. 빛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자연광은 일출과 일몰 사이에만 존재하며 인간 생체리듬의 근본을 차지한다. 그러나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 실내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야간생활이 늘어나면서 자연광을 대신할 인공광원이 필요해졌다. 기름램프, 촛불, 가스라이팅을 거치면서 진정한 인공조명의 시초인 백열램프가 1879년 토머스 에디슨에 의해 텅스텐 필라멘트로 개발 및 상용화되고 1930년대 들어서 더 효율적인 형광램프가 출현했다.

우리는 ‘빛과 그림자’라는 어구를 자주 사용한다. 빛은 희망 영광 선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빛은 항상 방향성을 갖기에 그에 수반된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는 빛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두운 의미를 내포하는데 빛에 의한 필연적인 산물이다. 이런 그림자를 최근 현실에서 피부로 느끼게 됐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논제에서 항상 대두되는 공해라는 요소가 있듯이 빛의 이용에서도 빛 공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빛의 눈부심은 누구나 경험한다. 일상생활에서 잠깐 경험하는 눈부심을 공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것이 지속되면서 불필요한 시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진정한 공해로 인식될 것이다. 야간에 주위를 살펴보면 빛 공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한 보안등 때문에 저층에는 새벽까지 빛이 스며든다. 주택가에 들어선 골프연습장의 강렬한 빛으로 주위는 대낮같이 밝다. 이로 인해 우리는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상가건물의 과도한 간판 조명과 현란한 색상의 네온사인은 도심 미관을 해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어두워야 하는 야간의 과도한 빛 때문에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 건물의 밝은 빛으로 인한 야생조류의 충돌과 이동 방해, 포유동물의 번식능력 저하, 파충류의 서식지 이탈 및 교배능력 저하가 대표적이다. 또 농작물의 개화시기가 늦어지거나 너무 빨라져서 피해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벼의 경우에는 이삭 패기가 빨라져 덜 자란 상태에서 수확이 이뤄진다. 도심의 경관조명이 늘어나면서 하늘의 별을 볼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분별한 경관조명 때문에 보는 즐거움보다는 자연생태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빛 공해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빛의 유용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빛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공간에 필요한 시간 동안, 필요한 양만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원칙을 지킨다면 굳이 소등하지 않아도 빛 공해의 유발을 막을 수 있다. 빛의 필요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일률적인 소등보다는 빛이 필요한 정도와 시간을 지역별로 명확히 규정하고, 필요한 곳에서 빛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사(照射)될 수 있는 가로등 보안등 투광등을 선택하여 적절하게 배치하면 빛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정량적인 규제도 필요하지만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색상보다는 보편타당한 조명디자인을 통해 아름답고 유용한 빛을 창출해야 한다. 뭔가가 부족해도 문제지만 지나쳐도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부족함과 지나침의 경계나 기준을 적절하게 정해서 생활에 적용하면 된다. 그림자가 무서워서 빛 자체를 없애는 우를 범하지 않고서도 빛을 좀 더 유용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최안섭 세종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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